(마닐라=연합뉴스) 조준형 기자 = 마닐라에서 6일 잇따라 열린 한미·한중 양자 외교장관회담에서 확인된 미국과 중국의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를 둘러싼 극명한 입장차이는 이 문제가 우리 외교의 최대 난제 중 하나라는 점을 여실히 보여줬다.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4' 2차 발사 직후 정부가 사드 발사대 4기를 임시로 추가배치하기로 한데 대해 미국과 중국 외교장관의 이날 반응은 첨예하게 엇갈렸다.
한미회담에서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은 "중대한 조치"라며 환영했다. 이는 지난 6월 한미정상회담 전후로 사드에 대해 생긴 미국 측 불신이 완화됐음을 보여주는 신호로 해석됐다.
반면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은 강 장관과의 회담때 사드 발사대 임시 추가배치 결정이 "개선되는 양자(양국) 관계에 찬물을 끼얹는 결정"이라고 했고, 회담후 기자들에게는 "사드가 ICBM을 막을 수 있는가"라며 도발적인 질문을 던졌다. 또 사드가 미국주도의 미사일 방어체계(MD)에 편입하는 것이라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한중 양국 장관은 약 55분간 진행된 회담의 대부분 시간을 사드와 북핵 문제에 할애했고, 오는 24일 한중수교 25주년에 즈음한 교류 사업에 대해서는 구체적 논의를 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의 사드 배치 불가피 주장과 중국측의 무용성 주장이 쳇바퀴 돌듯 반복된 가운데, 강 장관은 이날 중국이 가하고 있는 경제 보복 해제에 대해 시간 관계상 언급하지 못했다고 외교부 당국자가 전했다.
정부는 중국과의 소통을 강화한다는 입장이지만 치열한 미중 전략경쟁 구도 속에 북한 비핵화에 결정적인 진전이 이뤄지지 않는 한 사드 문제의 돌파구 찾기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는 이들이 많다.
김흥규 아주대 중국정책연구소장은 "사드 문제에 대한 중국 지도부의 입장은 점점 더 경화하고 있다"며 "중국 내부 상황에 대한 이해를 분명히 하는 가운데, 미국, 중국, 러시아의 움직임을 주시하면서 상황을 관리하는 전략으로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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