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닐라=연합뉴스) 조준형 기자 = 오랜만에 다자 외교무대에 등장한 북한 외무상이 국제사회의 냉엄한 시선을 체감해야 했다.
6일 밤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환영만찬이 열린 마닐라의 '몰오브아시아' 아레나.
주최측이 행사 초반부를 언론에 공개한 가운데, 27개 ARF 참가국 외교장관 중 리용호 북한 외무상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가 말을 거는 사람은 취재진에 거의 포착되지 않았다. 장관들이 횡으로 나란히 도열한 순서에서도 리 외무상에게는 바로 옆에 있는 스위스 장관만이 의례적인 인사를 하고 잔을 부딪쳤을 뿐이었다.
호스트인 알란 카예타노 필리핀 외무장관이 각국 장관들과 악수할 때도 상황은 비슷했다. 카예타노 장관은 길게 대화를 나눈 강경화 장관이나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과 달리 리 외무상과는 짧게 악수만 했다.
한국의 첫 여성 외교장관인 강 장관이 취임후 다자외교 데뷔무대인 ARF에서 주목을 받은 것과는 대조적이었다.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냉담한 태도는 리 외무상이 마닐라에 도착하기 직전인 지난 5일 오후 아세안 10개국 외교장관들이 북한의 도발에 "엄중한 우려"를 표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했을 때부터 예고된 측면이 없지 않았다.
외교부 당국자는 "북한의 상황을 잘 보면 사면초가이자 고립무원"이라며 "필리핀을 포함한 아세안 국가들이 ARF 계기에 리용호 북한 외무상을 만나면 '한국의 베를린 구상과 대화 제안에 호응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말을 전하겠다고 했다"고 소개했다.
한편, ARF기간 남북 외교장관의 조우에 외교가의 관심이 쏠리는 가운데, 장관들의 환영만찬 입장 때 강 장관과 리 외무상은 각각 6번째와 23번째여서 서로 물리적 거리가 멀었고 장관들이 횡으로 도열했을 때도 서로 떨어진 곳에 자리했다.
jh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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