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들 "집값 하락 보다 제대로 된 하자보수가 더 걱정"
(화성=연합뉴스) 김인유 기자 = "아파트값이 떨어질 거라는 걱정보다는 제대로 하자보수를 해 정상적인 집에서 살 수 있을지가 더 큰 걱정입니다"
경기도내 대표적인 신도시중 한 곳인 화성 동탄2신도시 23블록 부영아파트 입주민들이 입주 이후 5개월이 지나도록 하자보수가 답보상태에 머물고 있는 현실에 단단히 화가 났다.
안락한 보금자리를 꿈꾸며 장만한 새 아파트에서 8만 건이 넘는 하자가 발생했는데도 시공사인 부영주택이 신속하게 제대로 보수하지 않고 있어 하루하루 살기가 무척 괴롭다는 것이다.
급기야 경기도와 화성시가 부실시공 아파트로 공개적으로 지목하고, 아파트 명칭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집값 하락이 우려되는 상황인데도 주민들은 더는 못참겠다며 적극적으로 부실시공 알리기에 나섰다.
화성시가 주민의 민원을 직접 챙기겠다며 아파트 단지 안에 '현장시장실'을 설치한 7일 아파트 주민들은 부영의 무책임한 하자보수와 이런 아파트건설을 승인한 화성시에 불만을 쏟아냈다.
아파트 단지 안에서 만난 주민 양모(31)씨는 "거실에 컵을 놓고 걸어 다니면 컵이 움직일 정도로 바닥 시공이 부실하다"면서 "이건 해도 해도 너무하는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1억5천만원을 대출받아 4억원 정도 하는 이 아파트에 들어왔는데, 이렇게 부실아파트로 알려졌으니 앞으로 누가 우리 아파트를 사겠느냐"며 "집값 하락은 누가 보상해 줄거냐 "고 한숨을 내쉬었다.
올 3월 초기 입주자라고 밝힌 주부 조모씨는 "앞으로 몇 년을, 아니 평생을 살지도 모르는 아파트인데 이렇게 문제가 많은 곳에서 어떻게 살지 걱정이 많다"면서 "이제는 아파트값이 문제가 아니라 하자를 완벽하게 고쳐 제대로 된 집에서 사는 게 더 큰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부실시공이 얼마나 심각한지 보여주겠다며 단지 내 놀이터와 지하주차장으로 안내했다.
어린이집 인근 놀이터는 유모차나 아이들이 들어갈 길을 만들어 놓지 않아서 잔디화단을 밟고 지나야 놀이터를 출입할 수 있었다.
5살 아이를 키우는 조씨는 "놀이터 하나만 봐도 부영이 얼마나 기본도 안되게 아파트를 만들었는지 알 수 있다"면서 "우리가 아무리 하자보수를 요구해도 부영은 하청업체에 맡긴 채 제대로 된 보수를 하지 않고 있다. 하자보수를 한 거랑 안 한거랑 똑같을 정도"라고 말했다.
또 조씨의 안내를 받아 찾아간 471동 지하주차장에는 상식적으로 도저히 주차할 수 없는 공간이 군데군데 보였다.
지하주차장 A06구역에는 일반차량 주차면 바로 뒤에 소형차량(경차) 주차면이 'ㄴ'자 형태로 바짝 붙어 있다. 일반차량이 주차하거나 빼려면 소형차량 주차면에 차가 없어야 가능하다.
아파트 1층 엘리베이터 홀이 통유리로 된 채 환기구가 없어 요즘 같은 더위에는 아침에도 섭씨 40도가 넘게 기온이 올라간다고 주민들은 주장했다.
보도블록도 부실하게 시공돼 아이들이 걷다가 넘어지기 일쑤일 뿐 아니라 지하주차장은 습기가 빠지지 않아 곰팡이 냄새가 진동하고, 이상한 벌레까지 생겨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주민들의 하자 민원은 입주 이후 8월 6일 현재까지 총 8만1천999건이다. 이 가운데 96%인 7만8천760건이 해결된 것으로 화성시는 파악하고 있다.
그러나 이 수치는 부영 측이 밝힌 자료여서 신뢰할 수 없으며, 실제로는 이보다 훨씬 하자가 많다는 것이 주민들의 주장이다.
최근 동대표 선출과 입주자대표회의 구성을 마친 주민들은 더는 부영을 믿을 수 없다며 화성시가 책임지고 사태를 해결하라고 요구했다.
윤광호 부영아파트 입주자대표는 이날 현장시장실에서 열린 채인석 화성시장과의 면담에서 "누수, 조경, 엘리베이터 등 문제가 너무 많아 다 열거할 수조차 없는 실정"이라며 "더는 부영을 믿지 못하겠다. 시에서 제대로 해달라"고 요청했다.
일부 주민들은 부영아파트 사용승인을 해 준 화성시가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익명을 요구한 한 주민은 "그렇게 많은 민원이 나온 아파트를 화성시가 사용승인을 해 준 것은 무엇인가 시와 건설사간 관계가 있어서 그런 게 아니겠냐"면서 "시가 잘못해 놓고 뒤늦게 수습하려고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화성시는 주민의 하자 민원이 쇄도하는데도 "하자에 대해 책임시공을 하겠다"는 부영의 말만 믿고 지난 3월 6일 사용을 승인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채인석 시장이 자신의 SNS에 "실수했다"고 밝힌 바 있으며, 이날 현장시장실 간담회에서도 주민들에게 "화성시의 실수다, 다시 한 번 주민에게 사과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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