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틸러슨 국무장관은 거대기업 CEO의 공직 진출 실패 사례"

입력 2017-08-07 15:22  

"틸러슨 국무장관은 거대기업 CEO의 공직 진출 실패 사례"

"무기력한 리더십으로 국무부 이류 부서로 전락"

"야구 외야수가 투수 맡은 격"

(서울=연합뉴스) 유영준 기자 =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이 좀처럼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한 채 헤매고 있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국무장관은 해외 동맹들에 사실상 대통령에 이은 제2인자로 미국의 대외 정책을 대표해왔으나 현 틸러슨 장관 체제에서 이러한 전통적인 역할이 크게 위축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틸러슨 장관은 세계 최대 다국적기업 가운데 하나인 엑손모빌의 최고경영자(CEO) 출신으로 그의 폭넓은 국제인맥과 거대 조직의 관리 경험, 그리고 정치와 무관하지 않은 석유사업 등을 통한 국제정치 감각 등 새로운 경력의 국무장관으로 기대를 모았으나 취임 6개월이 지난 지금 기대가 커다란 실망으로 변하고 있다는 전문가들의 중평이다.






이러한 실망감을 반영하듯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변덕스런 인사 관리와 함께 워싱턴 정가에는 틸러슨 장관의 중도 사임설이 심심찮게 흘러나오고 있다.

처음에는 틸러슨 장관이 2018년 중반을 못 넘기고 현 니키 헤일리 유엔대사에 의해 교체될 것이라는 소문이 나돌았으나 갈수록 예상 '사임 시기'가 앞당겨지는 추세라고 포린폴리시(FP)는 전했다.

국무부 대변인이 최근 틸러슨 장관의 휴가를 발표하자 곧바로 사임설이 제기되기도 했다. 워싱턴 정가에는 '렉시트'(Rexit)라는 신조어도 등장하고 있다.

FP는 4일 틸러슨 장관의 무기력에 대한 분석과 함께 틸러슨 장관의 자질과 능력에 대해 현대 미 국무장관 가운데 최악의 사례로 혹평했다.

국무장관의 경우 취임 초기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적지 않으나 틸러슨 장관의 최근 50년래 최악의 국무장관으로 국무부라는 핵심 부서에 심각한 피해를 끼치고 있다는 전문가들의 평가를 인용했다.

FP는 민간 분야에서 탁월한 능력을 인정받은 인사가 공직에 들어서 실망으로 변모한 이유를 4가지로 지적했다.

우선 틸러슨 장관의 옹호자들은 실망감을 초래하고 있는 현 상황이 단기적인 것이라고 주장한다. 틸러슨 장관은 '슬로 스타터'로서 장기적인 게임을 벌이고 있다는 것이다..

대통령과의 관계는 물론 주요 인맥을 차근차근 구축해 가고 있는 과정이며 이러한 준비과정이 마무리되면 '실망스러운' 현 상황이 변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취임 첫 몇 달간은 유효할지 모르나 이미 핵심 정책을 둘러싸고 백악관과 국방부 등 다른 핵심 부서와 자주 마찰과 이견을 빚고 있음이 드러나고 있다고 FP는 지적했다. 단기적인 상황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그를 국무장관으로 천거했던 제임스 베이커나 콘돌리자 라이스, 로버트 게이츠 등 전직 각료들의 옹호 발언도 일제히 종적을 감춘 상황이라고 FP는 덧붙였다.

아울러 국무장관직을 효과적으로 수행하려면 대통령과의 강력한 관계가 필수적이나 틸러슨 장관은 이러한 관계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이다.

백악관을 무마하려는 듯한 그의 자세가 국무부 내 문제를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틸러슨 장관의 '비효율성'에 대한 지적이 국무부 내 뿐 아니라 백악관에서도 나오고 있으며 의회 내에도 그의 지지 세력이 거의 없는 상황이다.

아울러 틸러슨 장관이 추진 중인 21세기를 위한 국무부 개혁작업 때문에 다소 시간이 걸리고 있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으나 전임 국무장관들도 모두 나름으로 개혁작업을 추진했었다고 FP는 지적했다.

이전 장관들의 경우 한결같이 인재 확충 등 국무부의 역할을 확대하기 위한 개혁작업이었으나 틸러슨 장관은 오히려 국무부 역할 축소에 만족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꼬집었다.

인재를 확충하기는커녕 상당수 부서를 폐지해 오히려 인재를 쫓아내고 있다는 비판이다. 상원 청문회에서는 국무부의 기능과 조직이 너무 비대하다면서 오히려 테러와 러시아 도청 방지 분야에 할당된 예산조차 제대로 쓰지 않은 점도 거론됐다.

아직 부서 내 상당수 고위직이 공석 상태에 있는데도 태평한 모습이라는 것이다.

이런 만큼 개혁작업이 더욱 효과적인 외교를 위한 것이라는 그의 주장이 설득력을 잃고 있으며 그의 휘하에서 국무부가 중국이나 러시아, 사우디아라비아 등 권위주의 정부의 외교부를 닮아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부서 내에 정책입안자는 없고 서기들만 있으며 정부의 실권이 군이나 정보기관 등 다른 부서에 있는 시스템 하의 외교부라는 것이다.

또 관리 문제는 제쳐놓고라도 정책 형성 측면에서 최악의 수준으로 국무부를 이류부서로 전락시켰다는 혹평을 받고 있다.

'아메리카 퍼스트' 정책의 첫 실행자이나 그가 진정으로 이 정책을 신봉하는지, 아니면 단지 트럼프 대통령의 신임을 얻기 위해 흉내만 내고 있는지가 명확지 않다는 것이다.

이러한 모호성 때문에 미국의 역할을 바라는 동맹들이 미국의 외교 수장이 아닌 국방장관을 바라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이 오히려 미국의 대외 정책과 관련해 동맹들의 신뢰를 얻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틸러슨 장관이 무기력한 가장 단순하고 순수한 이유...

그것은 그 자신 국무장관직을 결코 원치 않았던 만큼 단지 국무장관이라는 자리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아마 명예로운 퇴진까지의 시간을 계산하고 있을 것이라는 추론이다.

FP는 미국의 역대 국무장관 가운데 틸러슨 장관처럼 자신의 직무에 덜 열성적인 장관은 없었다면서 마치 메이저리그 야구에서 외야수가 투수 위치에 배치된 것 같은 형국이라고 지적했다.

또 틸러슨 자신도 자신이 적절치 못한 직책을 맡게 된 사실을 인정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국무부 관리들은 틸러슨 장관이 평소 자신의 사무실에 들어 박혀 소수 보좌진이 마련한 보고서를 읽으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불평을 제기하고 있으며 상대국 장관들도 틸러슨과의 접촉이 여의치 않은 데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고 FP는 전했다.

각부서 고위직들이 모이는 상황실 내에서도 틸러슨 장관은 항상 불편한 존재라는 타 부서 관리들의 평가를 인용했다.

FP는 틸러슨 장관의 6개월을 지켜보면 트럼프 대통령이 국무부의 역할을 축소하려고 일부러 틸러슨을 기용하지 않았느냐는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이라면서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그 정도로 똑똑하지는 않다'고 지적했다.

아무튼, 후일 국무부 관리들은 틸러슨 사례를 연구하게 될 것이며 그가 무너뜨린 것들을 회복하기 위해 많은 시간과 자원을 필요로하게 될 것이라고 FP는 덧붙였다.

yj3789@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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