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스톱' 통상임금 소송…대법 판결 늦어져 하급심 '폭주'

입력 2017-08-08 08:15   수정 2017-08-08 16:01

'올스톱' 통상임금 소송…대법 판결 늦어져 하급심 '폭주'

대법은 '신의칙 적용'·'휴일근무 중복가산' 두고 장고 거듭

"판결 지연 계속되면 사건 무더기 쏟아져 통제 불능" 지적도




(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 회사가 고정적으로 지급한 정기상여금 등도 통상임금에 포함된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나온 지 4년이 다 돼가지만, 산업현장에서는 여전히 통상임금 계산법을 두고 법적 분쟁이 끊이지 않는다.

대법원이 통상임금 사건의 또 다른 핵심 쟁점인 '신의칙(신의성실의 원칙·서로 신뢰에 어긋나지 않도록 행동해야 한다는 것) 적용'과 '휴일근무 중복가산' 문제에서 좀처럼 결론을 내지 못하면서 하급심 사건이 쌓이는 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다.

매월 받는 임금을 근로시간으로 나눈 값인 통상임금은 휴일근무수당 등 각종 수당 등을 계산하는 기준이 된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인천 시영운수 운전기사들이 정기상여금 등을 통상임금에 포함해달라는 소송이 2015년 10월 대법 전원합의체(전합)에 회부된 후 아직 결론이 나지 않았다.

이 사건은 대법원이 2013년 12월 전합 판결에서 언급한 '신의칙 적용'이 핵심 쟁점이다.

당시 대법원은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해당한다면서도 "상여금을 통상임금에서 제외하기로 합의했고, 회사의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을 발생시킬 경우 신의칙에 따라 상여금을 통상임금에서 제외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의 해석을 두고 하급심 판결이 엇갈리자 대법원은 시영운수 사건을 전합에 회부해 살피기로 했다. 현재 1년 10개월째 심리 중이다.

앞서 대법원은 성남시 환경미화원들이 2012년 3월 상고한 통상임금 소송도 5년여째 검토 중이다.

이 사건은 또 다른 쟁점인 '휴일근무 중복가산'과 관련이 있다. 휴일근무수당을 현행대로 통상임금의 150%로 계산할지, 휴일근무는 연장근무에 해당한다고 봐 통상임금의 200%로 계산해야 하는지가 핵심이다.

노동계는 근로계약으로 정한 주중 노동시간 외에는 모두 연장근로여서 휴일근무 가산 50%에 연장근무 가산 50%를 추가하자는 입장이다. 반면 사측은 휴일근무도 연장근로의 한 종류에 불과하므로 중복해 가산하면 안 된다고 주장한다.

'신의칙 적용'과 '휴일근무 중복가산' 문제는 통상임금 소송의 남은 쟁점 중 최대 난제로 꼽힌다. 법원 판단에 따라 수천억 원 규모의 상여금과 휴일근무수당의 향방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2013년 전합 판결로 상당 부분 '교통정리'를 끝낸 대법원이 이 두 문제를 놓고 몇 년째 고심하는 이유다.

문제는 고민이 길어지면서 하급심이 제때 처리되지 못한다는 점이다.

법조계에서는 '통상임금 소송은 추정을 거듭하고 있다'는 말까지 나온다. 추정(추후 지정)이란 다음 변론기일을 잡지 못하고 나중에 정하기로 미루는 것을 의미하는 용어다.

임금 청구 소송을 낼 수 있는 소멸시효(3년)가 다 돼가는 사건이 무더기로 밀려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2013년 전합 판결 전 통상임금 분쟁은 대부분 소송으로 이어졌지만, 판결 후 새로 생긴 문제는 노사 합의로 해결하려는 시도가 많았다.

하지만 대법원이 장기간 추가 판단을 내놓지 않자 소멸시효가 임박한 사건들이 소송으로 대거 넘어오고 있다. 하급심 판단을 미룬 사건이 100건을 넘었다는 얘기도 나온다.

한 노동 전문 변호사는 "노동계와 사측은 법원이 조만간 결론을 내놓을 것으로 보고 가급적 소송을 자제했지만, 임금 청구 소멸시효가 다가오면서 소송이 쏟아질 수 있어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hyu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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