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 국방장관-공군 합참의장'…文정부 첫 軍 인사 파격
국방정책 기조·개혁 방향 시사…첨단전력 중심 軍 건설 시동
(서울=연합뉴스) 이영재 기자 = 문재인 정부가 8일 단행한 첫 군 수뇌부 인사는 23년 만에 공군 출신을 합참의장에 내정하는 등 예상대로 '파격 인사'였다.
이번 인사는 문재인 정부의 국방정책 기조를 뚜렷이 보여준다는 평가가 나온다.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육군 출신이 독점하다시피 해온 합참의장에 정경두(57·공사 30기) 공군참모총장을 내정한 것이다.
정 총장이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하면 이양호 전 합참의장(1993∼1994년 재임) 이후 23년 만의 첫 공군 출신 합참의장이자 역대 두 번째 공군 출신 의장이 된다.
정 총장의 합참의장 내정은 북한의 점증하는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해 해·공군 중심의 첨단전력을 강화하려는 전략적 포석이라는 게 군 안팎의 해석이다.
북한은 핵·미사일 중심의 비대칭 전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있지만, 우리 군은 육군 중심의 재래식 전력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북한 핵·미사일 위협을 억제하는 우리 군의 킬체인,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KAMD), 대량응징보복체계(KMPR) 등 '3축 체계'에서도 해·공군이 육군 못지않게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
전투기, 고고도 정찰용 무인항공기(HUAV), 패트리엇(PAC-2·PAC-3) 요격미사일, 중·장거리 지대공 미사일(M-SAM·L-SAM), 조기경보레이더, 이지스함 등 3축 체계의 핵심 자산이 해·공군 무기체계다.
대규모 병력 위주의 군 구조에서 탈피해 3축 체계를 중심으로 하는 첨단무기체계 중심의 군 구조를 구축하는 게 문재인 정부의 군사전략이라고 볼 수 있다.
이는 해군 출신 송영무(68·해사 27기) 국방부 장관이 여러 차례 밝힌 구상과도 일치한다.
송 장관은 후보자 시절 언론 인터뷰를 통해 북한이 남침할 경우 방어에 집중하고 미 증원전력이 한반도에 전개되면 반격하는 기존 지상군 중심 작전개념을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북한이 도발하면 초기에 해상·공중 첨단전력으로 적 지도부를 궤멸하고 속전속결로 승리를 거두는 새로운 작전개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송 장관은 북한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위협에 대한 대응으로 핵추진 잠수함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7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에서 핵잠수함 도입 문제를 거론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핵잠수함 도입 논의는 한층 탄력을 받을 가능성이 커졌다.
특히 문재인 정부가 창군 이후 처음으로 만들어진 해군 출신 국방부 장관과 공군 출신 합참의장의 '투톱' 체제로 육군 중심의 군 구조에서 벗어나는 데 속도를 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해·공군 중심의 첨단전력을 강화하는 노력은 문재인 정부가 추진 중인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조기 환수와 맞물린다.
병력 위주의 우리 군은 지상군보다는 해상·공중 첨단전력에서 미군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이 때문에 우리 군이 북한의 위협에 대한 독자적인 억제·대응 능력을 갖추고 전작권을 조기 환수하려면 해·공군 위주의 첨단전력을 강화하는 게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군 구조를 병력에서 첨단전력 위주로 개혁하는 작업은 기존 구조의 기득권을 허무는 작업을 수반할 수밖에 없다.
군 안팎에서는 육사 출신을 중심으로 한 육군이 군의 기득권층이라는 시각이 있다. 일각에서는 노무현 정부 시절부터 추진해온 국방개혁이 지지부진한 것도 군내 기득권층의 조직적 반발 탓이라고 보기도 한다.
문재인 정부가 해군 출신 국방부 장관을 임명한 데 이어 공군 출신 합참의장을 내정한 것은 육군을 중심으로 한 기득권 허물기의 신호탄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번 군 수뇌부 인사도 과거 육군 중심의 군 구조에서 제대로 추진하지 못한 병력 감축과 장성 수 감축 등 국방개혁의 핵심 과제를 힘있게 밀어붙이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
국방부는 "우리 군은 이번 인사를 계기로 국방개혁을 강력하게 추진하고 확고한 대비태세를 확립함으로써 국민이 신뢰하는 강군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ljglor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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