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로=연합뉴스) 한상용 특파원 = 압둘라 2세 요르단 국왕이 7일(현지시간) 헬기를 타고 팔레스타인 자치령인 요르단강 서안 라말라를 방문했다.
아랍권 위성방송 알자지라와 이스라엘 매체에 따르면 압둘라 2세 국왕은 이날 요르단 수도 암만을 떠나 팔레스타인의 정치적 수도인 라말라의 정부청사에 도착해 레드카펫을 밟으며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의 환대를 받았다.
요르단 국왕이 팔레스타인을 방문하기는 2012년 12월 이후 처음이다. 아랍권 국가의 정상이 이스라엘이 점령 중인 팔레스타인 영토를 직접 방문하기도 이례적이다.
압둘라 2세 국왕은 2시간가량 정상 회담을 하고 나서 요르단으로 다시 돌아갔다.
그러나 압둘라 2세 국왕은 라말라에서 차량으로 40분 거리에 있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실을 방문하지는 않았다.
세계 각국 정상이나 고위급 외교관들이 중동을 찾을 때 이스라엘만 또는 이-팔 양측을 잇따라 방문하는 것과 달리 압둘라 2세 국왕은 팔레스타인만 들른 것이다.
이는 최근 이-팔 간 유혈 충돌을 촉발한 예루살렘 성지 템플마운트(아랍명 하람 알샤리프) 지위 등을 둘러싼 양측 갈등 현안에서 팔레스타인의 편에 서겠다는 신호를 이스라엘에 보낸 것으로 분석된다.
팔레스타인 관리는 두 정상이 이번 회담에서 2014년 이후 교착 상태에 빠진 이-팔 평화 협상 복원을 위한 노력 방안을 논의했다고 말했다.
요르단 정부는 이번 방문을 두고 아직 공식 논평을 내놓지 않고 있다.
요르단은 지난달 이스라엘이 템플마운트 출입구 주변에 금속탐지기를 설치한 것을 두고 그 장치의 철거를 주장하면서 이-팔 중재에 적극적으로 나선 국가이다.
특히 지난달 24일 암만의 이스라엘 대사관 숙소동에서 이스라엘 경비원이 자신을 드라이버로 찌르려던 10대를 포함해 요르단인 2명을 총으로 쏴 숨지게 한 이후 양국간 갈등이 증폭됐다.
이 때문에 암만에서는 지난달 말 요르단 시민 수백명이 이스라엘 대사관 앞에 모여 이스라엘 규탄 시위를 열기도 했다.
이 사건 발생 하루 뒤 이스라엘은 문제의 경비원을 포함해 자국 외교관 전원을 본국으로 불러들였다.
압둘라 2세 국왕은 해당 이스라엘 경비원이 기소돼 재판을 받아야 한다고 촉구했으나 실제 기소가 이뤄질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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