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 R&D 방향 '경제성장'→'안전중심' 전환
(서울=연합뉴스) 신선미 기자 = 그간 우리나라가 진행해 온 사용후핵연료 재활용 기술인 '파이로프로세싱'(Pyro-processing·건식 재처리) 연구와 차세대 원자로로 꼽히는 소듐냉각고속로(SFR) 연구의 지속 여부가 공론화 과정을 거쳐 올 연말에 결정될 예정이다.
그간 '경제성장 지원'을 목표로 추진됐던 정부의 원자력 연구개발(R&D) 방향이 탈핵 기조에 맞춰 '안전 중심'으로 바뀌는 데 따른 것이다.
정부는 원자력발전소 해체 기술을 확보하기 위한 투자를 강화하고 사용후핵연료를 안전하게 처리하기 위한 기술개발도 지원키로 했다. 세부 계획은 전문가 토론회 등을 거쳐 9월 중 마련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8일 이런 내용의 '미래 원자력 R&D(연구개발) 추진방향'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주최로 열린 한림원탁토론회에서 발표했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지난 20여 년 간 원자력 연구개발(R&D)사업은 큰 변화없이 추진됐지만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 최우선이라는 사회적 요구를 반영, 미래지향적으로 탈바꿈할 필요가 있다"며 "새로 추진할 미래 원자력 R&D를 통해 원전해체, 사용후핵연료 관리, 방사선 활용 등에 신산업 생태계가 조성되고 인재가 유입돼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하리라 전망한다"고 밝혔다.
이날 발표에 따르면 정부는 한-미 공동 프로젝트로 진행중인 '파이로프로세싱' 방식 사용후핵연료 재처리기술 R&D와 사용후핵연료에서 나온 폐기물을 분리해 연료로 재활용할 수 있는 SFR의 R&D를 계속 추진할지 여부를 재검토키로 했다.
사용후핵연료의 재활용 아이디어는 1950년대부터 주요 원자력 사용 국가들에서 연구개발이 진행돼 왔으나 기술적 어려움과 경제성 부족으로 대규모 상용화는 되지 않고 있다.
과기정통부는 재검토 작업을 진행하기 위해 외부 전문가들도 참여하는 태스크포스(TF)도 꾸리고 공론화 과정을 준비할 예정이다.
다만 우리 기술로 개발해 수출에 성공한 차세대 소형원전 '스마트'의 연구개발은 지속한다는 방침이다.
이날 발표에 따르면 영구 정지한 고리원전 1호기 해체기술 확보와 관련 장비 개발 등에 정부 지원이 확대된다.
사용후핵연료를 안전하게 운송하기 위한 밀봉용기를 개발하고, 방사성폐기물 관리를 위한 처분 관련 기술 개발도 정부가 지원한다. 원전의 내진성능 강화와 중대사고 방지 및 리스크 평가 기술의 개발도 추진된다.
한편 과기정통부는 이날 인공지능, 빅데이터, 로보틱스 등 4차 산업혁명 기반 기술과 기존 원자력 기술의 접목을 지원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가상공간에 원자로를 만드는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실제 원자로의 복합현상을 예측하고 사람의 실수로 일어나는 문제를 해결하고자 원전 운전에 인공지능을 적용하는 연구도 진행한다.
이 밖에 우주 공간에서 쓸 기술과 극지에서 쓸 소재를 개발하고 북한의 핵실험을 탐지하는 기술을 확보하기 위한 융합연구를 추진하는 한편, 의료용방사선 기술개발도 꾸준히 지원할 예정이다.
s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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