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닐라=연합뉴스) 조준형 기자 = 필리핀 마닐라에서 6∼8일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등 아세안 관련 연쇄 회의는 북한의 극한 외교적 고립 상태와 북한 핵보유에 반대하는 국제사회의 의지가 확인된 자리였다.
북한이 참여하는 유일한 아태지역 다자안보협의체인 ARF는 올해의 경우 북한의 잇단 ICBM(대륙간탄도미사일)급 미사일 발사와 이에 따른 유엔 안보리 고강도 대북제재 신규 결의 채택 직후 열리면서 자연스럽게 북핵 문제를 최대 의제로 다뤘다.
우선 북한은 이전보다 더한 외교적 고립감을 느껴야 했다.
리용호 북한 외무상은 7일 ARF 외교장관회의 연설을 통해 대북 적대시 정책이 핵개발 이유라는 오랜 주장을 반복했지만 호응하는 장관은 없는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고 현장에 참석한 외교 소식통이 8일 전했다.
리 외무상은 ARF 계기에 중국, 러시아 등과 양자회담을 하며 외교적 고립에서 탈출하려 했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았다.
리 외무상과 만난 자리에서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은 '더 이상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를 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남북 사이에서 중립 노선을 보여온 아세안도 리 외무상이 필리핀에 도착하기 직전인 지난 5일 북한의 ICBM급 미사일 발사에 '엄중한 우려'를 표하는 별도의 성명을 이례적으로 발표했다.
또 북한은 아세안 여러 나라에 양자회담을 타진했지만 아세안 측은 북한과 '일대일'로 만나면 대북 경고 메시지가 흐려질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아세안 올해 의장국인 필리핀 외교장관이 대표로 만나는 것으로 인사치레만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뿐 아니라 2월 말레이시아 공항에서 발생한 김정남 암살 사건과 그 후 수사 과정에서 북한이 말레이시아를 상대로 벌인 '인질외교'에 동남아국가 전체가 강한 대북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국제사회의 대북 압박은 올해 회의에서 더욱 거세졌다.
한미일 외교장관은 7일 오찬 협의를 통해 안보리 결의의 철저한 이행 의지를 다졌고,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은 중·러 외교장관과 잇따라 만나 철저한 제재 이행을 요구했다. 틸러슨 장관은 특히 연간 북한 외화 수입의 3분의 1에 달하는 10억 달러짜리 제재로 불리는 안보리 결의 2371호에 대해 '집행'(enforce)이라는 표현을 자주 사용했다고 외교부 당국자가 전했다.
ARF 외교장관회의 때 대다수 회원국 장관들은 북핵불용 원칙을 강조하고 북한의 계속되는 도발을 강력히 규탄하는 한편 북한이 즉각적이고 완전히 안보리 결의를 이행할 것을 촉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리용호 북한 외무상은 "미국의 적대시 정책과 핵위협이 근원적으로 청산되지 않는 한 우리는 그 어떤 경우에도 핵과 탄도로켓을 협상탁에 올려놓지 않을 것"이라며 국제사회의 압박에 물러서지 않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 때문에 ARF에서 거듭 확인된 국제사회의 일치된 목소리에도 북한이 도발적 행동을 당장 멈출 가능성은 크지 않고, 한반도 정세도 당분간 긴장이 높아진 상태로 흘러갈 공산이 크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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