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해영 기자 =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생산공장에 국한되던 로봇의 활동영역이 빠른 속도로 일상생활 속을 파고들고 있다. 공장에서 단순작업을 소화하던 로봇이 기술혁신과 기피업종의 인력난을 배경으로 인간의 역할을 속속 대신하는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인력난이 심각한 일본의 경우 로봇이 성장력을 좌우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도쿄도(東京都)내에 있는 뉴 하트 와타나베 국제병원. 수술대에 누운 환자의 피부에 은색 로봇 팔이 천천히 수술칼을 들이민다. 의사는 수술대에서 떨어진 곳에서 단말기로 고정밀도의 모니터 화면을 보면서 로봇을 원격 조작한다.
로봇의 강점은 인간의 관절로는 불가능한 로봇 암(팔)의 자유자재로운 움직임이다. 손 떨림 방지기능도 갖추고 있어 메스를 이용한 절개는 물론 체내 수술부위 봉합이나 실 뽑기도 거뜬히 소화한다.
이 병원에는 심장외과 수술이 많다. 로봇 외과 부장을 맡고 있는 이시카와 노리히코는 "의사라면 누구나 로봇을 이용하고 싶어 하기 때문에 보험 적용 범위가 확대되면 로봇 수술이 폭발적으로 늘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로봇이 세계적으로 약 4천 대가 활약하고 있다. 이 로봇을 개발한 미국 인튜이티브 서지컬의 주가는 계속 올라 시가총액이 346억 달러(약 38조 원)를 넘었다. 이는 일본 히타치(日立)제작소의 시가총액을 능가하는 것이다.
로봇의 활동무대는 그동안 사람이 아니면 어렵던 서비스업과 의료·간병, 호텔 프런트, 공항안내 등으로 확산하고 있다.
중국 상하이(上海)와 일본을 잇는 대형 크루즈선 '퀀텀 오브 더 시즈'에서도 로봇이 활약하고 있다. 칵테일 쉐이커를 능숙하게 흔들어 대는 로봇 바텐더 2대가 승객들의 주문에 맞춰 칵테일을 만들어 준다. 승객은 태블릿 단말기로 좋아하는 칵테일을 주문한다. 항해 중 승객이 선내를 가득 메우는 크루즈선은 바텐더를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 로봇 바텐더라면 24시간, 365일 쉬지 않고 칵테일 쉐이커를 계속 흔들 수 있다. 로봇이 인간의 역할을 대신하면서 기업은 생산성을 높일 수 있게 됐다.
도쿄(東京)의대 대학병원에 인접한 약국에서는 여러 대의 기계를 사용해 하루 700~800건의 처방전에 맞춰 약을 준다. 약국에서 시간이 많이 걸리는 작업의 하나는 약사가 선반에서 약을 한 알씩 꺼내 환자가 하루에 복용할 양 만큼 나눠 약 봉투에 담는 작업이다. 잘못 집거나 바꿔 넣으면 안 되기 때문에 약사에게는 심리적 부담도 크다.
약국을 운영하는 회사는 이 작업을 기계화했다. 기계가 처방전의 지시대로 약을 나눠 하루분씩 봉투에 담는다. 봉투에는 환자의 이름과 복용시간을 적어 넣는다. 양사는 복약지도 등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 있게 된다.
재팬 로보스틱스주식펀드를 운용하는 닛코(日興)애셋매니지먼트의 호시노 마사노리 주식운용부 기업조사그룹 선임 애널리스트는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 자매지 닛케이 베리타스에 "산업구조 고도화와 인력난으로 인한 일하는 방식 개혁이 더해져 로봇을 도입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lhy5018@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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