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연합뉴스) 김선호 기자 = "1973년 태평양에서 100일 넘게 표류하다가 한국어선 월미호에 구조된 영국인 베일리 부부를 기억하시나요?"
지난 3월 말 남대서양에서 항해 중 침몰한 철광석 운반선 스텔라데이지호 실종선원 가족은 테레사 메이 영국 총리에게 사고해역 인근 섬 수색을 요청하는 이메일을 보냈다고 8일 밝혔다.
실종선원 가족은 이메일에서 "사건 초기 생존자 2명이 발견된 이후 나머지 선원과 배에 있던 두 척의 구명뗏목(life raft)을 찾지 못하고 있다"며 "사고해역 주변의 세인트 헬레나, 어센션 등 영국령 섬 수색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가족들은 "선박을 동원한 전면적인 수색이 어렵다면 섬 현지 주민에게 구명뗏목이나 생존자가 있는지 주의를 기울이고 발견하면 필요한 도움을 주라는 메시지라도 전해달라"고 간곡하게 호소했다.
이들은 사고 해역의 조류를 고려하면 생존도구가 갖춰진 구명뗏목에 탄 실종선원들이 침몰 추정 지점으로부터 최소 600여㎞에서 최대 4천㎞ 거리의 영국령 섬에 떠밀려 도착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가족들은 "1973년 6월 30일 한국어선 '월미호'가 117일간 고무보트에 의지해 태평양을 표류하던 모리스·마릴린 베일리 영국인 부부를 구해주지 않았다면 그들은 영영 돌아오지 못할 수도 있었다"며 메이 총리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베일리 부부는 당시 과테말라 해안에서 요트를 타던 중 고래의 공격을 받아 실종됐었다.
지난 3월 31일 브라질에서 철광석 26만t을 싣고 중국으로 항해하던 스텔라데이지호는 "물이 샌다"는 메시지를 보낸 뒤 침몰한 것으로 추정된다.
선원 24명 중 2명이 구조됐고 22명은 실종 상태다.
외교부는 지난달 11일 사실상 현지 수색을 종료한 이후 실종선원 가족의 반발과 요청에 따라 브라질과 영국 외교부에 인근 섬 수색을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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