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모비 헌화하고 옥사 견학…유관순·안중근 사진에 "아!" 탄성
(서울=연합뉴스) 박초롱 김지헌 기자 = 일본 연립여당인 공명당 의원 5명이 8일 오후 서울 서대문형무소 역사관을 찾았다.
이날 방한한 우오즈미 유이치로 참의원, 고시미즈 게이치 중의원 등 공명당 의원 5명은 서대문형무소 역사관의 '순국선열 추모비'에 헌화하고 유관순 열사가 수감됐던 옥사와 사형장을 둘러봤다.
이들은 "서대문형무소는 한일관계의 상징적 장소"라며 "역사를 직시하겠다는 의미에서 방문하게 됐다"고 취지를 밝혔다.
의원들은 문석진 서대문구청장의 안내를 받아 형무소 구석구석을 둘러봤다.
문 구청장이 "서대문형무소는 독립투쟁은 물론 해방 이후 민주화 투쟁 장소이기도 했다"고 설명하자 가장 연배가 높은 우오즈미 의원이 "여기 들어오셨던 분들은 고생이 많으셨겠다"고 답했다.
우오즈미 의원은 방명록에 "역사를 확인하는 이 자리에서 미래 지향의 일본과 대한민국의 우호를 촉진하고 싶다"는 글을 남겼다.
의원들은 안중근 의사와 유관순 열사의 사진을 보고는 낮고 짧은 목소리로 "아!"하는 탄성을 뱉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형무소 역사관 견학을 마친 의원들은 순국선열 추모비에 국화를 헌화했다. 헌화 후 우오즈미 의원이 대표로 신발을 벗고 분향한 다음 다 같이 묵념했다.
우오즈미 의원은 "(20세기 초반에) 일본에서도 공산주의자나 종교인 등 많은 사람이 돌아가셨다. 일본에서도 많은 정치적 탄압이 있었고 저항이 있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공명당을 창당한 일본 종교인 창가학회를 언급하며 "창가학회의 초기 간부들도 형무소에서 돌아가셨다"고 설명했다.
이날 오전 일본 방위백서에 '독도는 일본 영토'라고 적힌 것을 두고는 "양국 입장이 있으므로 그런 문제를 가지고 부딪히면 끝이 없다"며 "예를 들어 평창올림픽을 어떻게 해결해 나갈까 등 양국 공통 관심사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일본에서 논의가 한창인 개헌에 대해서는 "헌법을 만든 지 70년이 지났다"며 "국민주권주의, 영원한 평화, 기본인권 존중 등 세 가지를 토대로 중의원과 참의원이 논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방문을 마친 의원들은 문 구청장에게 작은 술잔을 선물했고, 구청 측은 의원들에게 역사관 도록을 증정했다.
서대문형무소는 1908년 일제가 '경성감옥'이라는 이름으로 문을 연 곳이다. 일제 강점기에 독립지사들이 갇혀 고초를 겪었다. 서대문구는 1998년 이곳을 역사관으로 개관했다.
앞서 2001년 10월 15일에는 고이즈미 준이치로 당시 일본 총리가, 2015년 8월 12일에는 하토야마 유키오 전 총리가 서대문형무소 역사관을 방문해 추모비에 헌화한 바 있다. 당시 하토야마 전 총리는 무릎을 꿇고 추모의 뜻을 표하기도 했다.
한편, 야마구치 나쓰오 공명당 대표는 지난 6일 일본 히로시마시 평화기념공원 내에 있는 한국인 원폭 희생자 위령비를 찾아 헌화했다.
일본 주요 정당 대표가 한국인 위령비를 공식 방문해 헌화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cho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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