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평창] 북한 참가로 '평화 올림픽' 성사될까

입력 2017-08-10 06:22   수정 2017-08-10 08:35

[2018 평창] 북한 참가로 '평화 올림픽' 성사될까

답 없는 북한, 전망 불투명…향후 정세변화가 관건

(서울=연합뉴스) 백나리 기자 = 인천아시안게임의 열기가 막바지에 달했던 2014년 10월 4일 전 국민의 눈이 인천공항으로 쏠렸다. 당시 북한의 2인자로 꼽혔던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과 최룡해·김양건 비서 등 북한의 최고 실세 3인이 한꺼번에 전격 방남했기 때문이다.

12시간 정도에 불과했던 '초단기 방남'의 표면적인 목적은 당일 예정된 폐막식 참여였다. 하지만 당시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류길재 통일부 장관 등과의 오찬회담에서 추가 남북 고위급 접촉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는 등 악화일로를 걷던 남북관계에 전환점이 마련되는 극적인 계기가 됐다.

비록 장기적인 남북관계 개선으로 이어지지는 못했지만, 당국의 의지에 따라 체육행사와 같은 '부담 없는' 계기로 남북관계에 변화를 도모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준 대표적 사례다.





2002년에는 부산아시안게임이 남북관계 반전의 계기가 됐다.

그해 6월 제2연평해전으로 남북관계가 급격히 얼어붙자 북한은 유감을 표명하며 남북장관급 회담을 위한 금강산 실무접촉을 제의, 9월 열리는 부산아시안게임 참가에 합의했다.

당시 북한 선수단은 물론 '미녀 응원단'이라는 별칭으로 불린 북한 응원단까지 대거 파견되면서 제2연평해전으로 고조된 긴장을 누그러뜨렸다.

이렇게 대형 스포츠 이벤트는 경색된 남북관계에 숨통을 틔우는 역할을 여러 차례 해왔다.





우리 정부가 북한의 평창동계올림픽 참가에 기대를 거는 것도 이 때문이다. 북한의 참가를 이끌어내 평창동계올림픽을 '평화 올림픽'으로 치르고 이를 디딤돌 삼아 보수 정부에서 꽉 막혀버린 남북관계를 복원하는 한편 한반도 평화 확보로 나아가겠다는 희망이다.

이 때문에 6개월 앞으로 다가온 평창동계올림픽의 관전 포인트 중 하나는 북한의 참가 여부다.

북한의 참가가 성사되면 '지구촌 화합'이라는 올림픽 정신에 걸맞게 평창은 '평화 올림픽'을 구현하는 장이 될 수 있다.

통신채널마저 끊겨버린 남북관계에도 새로운 전기가 열리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 현재 각 분야의 남북 교류나 협의가 완전히 중단된 것은 말할 것도 없고 동해 상에서 구조된 북한 주민을 돌려보낼 때 마땅한 연락수단이 없어 판문점에서 확성기로 소리쳐 북측에 알려주는 웃지 못할 상황까지 연출되는 형편이다.

문 대통령이 취임 이후 북한의 평창동계올림픽 참가에 계속 의지를 보여온 데는 이렇게 얼어붙을 대로 얼어붙은 남북관계의 현실을 개선해야 한다는 절실함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지난 6월 전북 무주에서 개막한 세계태권도연맹(WTF) 주최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 개막식에서 북한 시범단을 앞에 앉혀두고 평창동계올림픽 남북 선수단 동시 입장과 단일팀 구성을 제안했다.

지난달 6일 독일에서 발표한 '베를린 구상'에서도 북한의 평창동계올림픽 참가를 통한 '평화 올림픽'을 제안하며 호응을 촉구했다.






하지만 북한의 참가는 낙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한반도 긴장수위가 더욱 높아진 최근 상황을 감안하면 전망은 더욱 불투명하다.

그러나 한반도의 정치·안보 상황과 무관하게 남북 교류가 이어져 온 거의 유일한 분야가 스포츠인 만큼 평창동계올림픽이 과거 주요 체육 행사가 그랬던 것처럼 꽉 막힌 남북관계에 물꼬를 트는 마중물이 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앞으로의 한반도 정세가 북한의 참가를 결정지을 관건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북한이 군사당국회담이나 적십자회담 제의에 무응답으로 일관하는 등 우리 쪽 손짓에 좀처럼 반응하지 않는 와중에 정부로서는 평창동계올림픽에 거는 기대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의 참가를 통해 평창동계올림픽이 진정한 한반도의 평화를 여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면서 "한국에서 개최되는 뜻깊은 대회인 만큼 남북 단일팀 구성도 성사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nari@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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