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구호 "마니아 아닌 분들이 즐길 수 있는 공연"
(서울=연합뉴스) 임수정 기자 = 대형 야외오페라가 이번에는 '운동장 오페라'라는 오명을 씻어낼 수 있을까.
오는 26~27일 서울올림픽공원 내 88잔디마당에서 열리는 국립오페라단의 야외오페라 '동백꽃 아가씨' 개막을 앞두고 문화예술계의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국립오페라단은 이번 공연이 평창동계올림픽 성공 개최를 기원하는 특별 공연인 만큼 대규모 관객과 함께하는 축제의 장으로 꾸민다는 목표 아래 공연장을 '야외 잔디밭'으로 택했다.
덕분에 일반 오페라 공연보다 훨씬 많은 7천석 객석을 확보했다.
야외에서 치러지는 공연인 만큼 여러 파격 시도들도 눈에 띈다. 일반적인 직사각형 무대 대신 24m 지름의 원형 극장을 설치했고, 발광다이오드(LED) 화면이나 조선 시대 민화(民畵) 등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오케스트라도 무대와 관객 사이가 아닌 무대 뒤편에 배치된다.
여기에 소프라노 이하영과 손지혜, 테너 김우경과 신상근 등 해외 무대에서 활발히 활동 중인 성악가들이 출연해 기대감을 높인다.
그러나 야외 공연이 갖는 고질적 음향적 한계 등은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국내에서도 과거 거대한 규모와 화려한 출연진을 앞세웠던 대형 야외오페라들이 비싼 티켓값과 완성도 낮은 무대 등의 이유로 줄줄이 실패를 경험한 바 있다.
2003년 5월 서울 상암동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투란도트'가 대표적이다. 중국 영화감독 장이머우가 연출을 맡아 장대한 스케일을 선보였으나, 성악가들의 연기와 목소리가 객석에 제대로 전달되지 못했다. 같은 해 '아이다'가 잠실종합운동장에서 열렸으나 엉망인 관람 환경 등으로 또다시 '운동장 오페라'의 한계를 드러냈다.
2012년 연세대 노천극장에서 공연된 '라보엠'은 태풍 영향 아래 공연을 두 차례나 미루며 고전했다.
'동백꽃 아가씨' 제작진도 이 같은 우려를 인지하고 있다.
지휘를 맡은 파트리크 푸흐니는 8일 간담회에서 "야외오페라는 모든 것을 통제할 수 있는 실내 공연과는 매우 다르다"며 "마이크를 써야 하므로 음향 등 기술적으로 해결해야 할 부분들도 있다"고 말했다.
소프라노 이하영도 "무엇보다 비가 오지 않아야 한다"며 우천 등의 불가항력적인 상황을 염려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같은 대형 야외오페라는 대중이 오페라 장르에 가까이 다가서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게 제작진의 기대다.
푸흐니는 "물론 어려움이 있지만, 야외오페라는 분명 오페라 장르의 대중화에 기여하는 부분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오페라를 부자 혹은 엘리트들만의 전유물처럼 생각하는 것에 대해 매우 유감"이라며 "공원에서 오페라 공연을 할 경우 평소 실내에서 보지 않던 관객들도 처음으로 도전할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구호 역시 "오페라 마니아가 아닌 분들도 어떻게 즐길 수 있는지를 많이 고민했다"며 "한여름 밤에 멋진 오페라 사극을 기대해달라"고 말했다.
티켓 값도 다른 오페라 공연보다 저렴한 1만~3만원으로 책정했다. ☎02-580-3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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