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역4월에 집행유예…"국가 실패시 시민이 행동…마크롱, 극우정책 극복해야"
(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 아프리카 불법 이민자들의 프랑스 입국을 도와준 혐의로 기소된 30대 농민에게 항소심에서 1심보다 무거운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프랑스 엑상프로방스 지방법원은 8일(현지시간) 난민구호활동가이자 농민인 세드릭 에루(37)에게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를 선고했다고 렉스프레스 등 프랑스 언론이 전했다.
에루는 지중해를 건너 이탈리아에 온 아프리카인들이 프랑스 국경을 넘도록 도와줬다가 이민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에루가 난민에게 인도적 차원에서 숙식을 제공하는 데 그치지 않고 불법체류 방조를 금지하는 실정법을 위반했다고 주장했고, 에루는 지난 2월 경범재판소에서 3천 유로(360만원 상당)의 벌금형과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검찰은 그러나 형량이 지나치게 낮다면서 항소, 에루에 대해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를 구형했다.
프랑스와 이탈리아 국경이 맞닿은 지역에서 올리브 농장을 운영해온 에루는 거리에서 힘겹게 살아가는 불법 이민자들의 비참한 모습을 보고 2015년부터 이들을 돕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동네 정류장까지 차로 태워다 주는 수준이었지만, 지난해 7월 86명의 인명이 희생된 니스 트럭 테러 이후 프랑스의 출입국 관리가 엄격해지자 도움의 수준은 이민자들을 몰래 프랑스로 데려와 잠자리와 음식을 제공하는 데까지 발전했다.
작년 10월에는 인권운동가들과 함께 프랑스 국영철도회사 SNCF 소유의 휴가지를 무단점거해 자신의 농장에서 숙식을 해결하는 불법 이민자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가 경찰에 체포됐다.
항소심이 진행되고 있던 지난달 24일에도 에루는 자신이 돕는 156명의 난민을 이끌고 마르세유 지방으로 이동하려다가 칸 기차역에서 경찰에 임의동행돼 조사를 받기도 했다.
에루는 최후 변론에서 "내가 분노하는 이유는 나에 대한 공격 때문이 아니라 프랑스의 근본을 우리가 잃어가고 있기 때문"이라면서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에게 극우의 (반이민) 정책을 넘어설 것을 요구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실정법 위반을 그냥 넘어갈 수는 없다면서 검찰의 구형에는 못 미치지만 1심 선고보다는 강한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를 선고하고, "경고 차원의 형벌로, 한 번 더 잡혀 오면 수감될 수 있다"고 했다.
그러자 에루는 "국가가 실패할 경우, 행동에 나서야 하는 것이 민주시민의 역할"이라며 "감옥에서도 내 싸움을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yongl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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