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기업 폐쇄·비자규정 강화·관계축소 요청한 듯
(방콕=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등에서 북한을 겨냥해 미사일 및 핵 도발 중단을 촉구했던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부 장관이 태국으로 자리를 옮겨 대북 압박을 지속했다.
틸러슨 장관은 8일 동남아 순방의 두 번째 기착지로 태국 방콕에 도착해 쁘라윳 짠-오차 총리와 돈 쁘라뭇위나이 외무장관 등과 잇따라 만났다.
틸러슨 장관이 이틀간 태국과 말레이시아 순방길에 오른 것은 동남아시아에 숨어있는 북한의 자금줄을 차단해 대북제재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태국은 2015년 북한의 3대 교역국이었고 현재 방콕에는 북한 대사관도 있다. 또 말레이시아는 지난 2월 김정남 암살 사건으로 양국관계가 악화하기 전까지 북한과 비자면제 협정을 체결한 것은 물론, 북한의 주요 근로자 파견국 가운데 하나였다.
틸러슨 장관이 태국 총리 등과의 면담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발언을 했는지는 공개되지 않고 있다.
다만, 틸러슨 장관을 수행한 수전 손턴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이번 방문의 목적이 북한의 돈줄 차단을 위해 동남아 국가를 압박하는 데 있다"면서 "미국은 태국에서 활동하는 북한 기업을 폐쇄하도록 태국 정부를 독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손턴 차관보는 북한인에 대한 비자 규정 강화와 대북 관계 축소 등도 태국에 희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돈 외무장관은 유엔의 대북제재를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태국 정부 대변인도 "태국은 북한을 겨냥한 유엔안보리 제재 강화에 순응하고 있으며, 한반도 위기 해결을 위한 지원 준비가 되어 있다"고 언급했다.
틸러슨 외무장관은 지난 2014년 군부가 쿠데타를 일으켜 집권한 이후 태국을 방문한 미국의 최고위급 관리다.
과거 버락 오바마 대통령 집권 당시 미국은 인권 문제를 제기하고 민주 정부 복원을 압박하면서 태국 군부정권과 소원한 관계를 유지했다. 이에 따라 태국 군부는 인권 문제를 거론하지 않는 중국과 상대적으로 더 가까워졌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인권과 외교를 분리한다는 원칙을 천명하고 쁘라윳 총리를 백악관으로 초대하는 등 우호적인 제스처를 취하면서 태국은 양국관계 개선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meol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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