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입법조사처 "디지털 증거 수집 관련 절차는 법에 아예 명시 없어"
(세종=연합뉴스) 민경락 기자 = 공정거래위원회 사건 피심인의 방어권 보장 관련 사항을 법률이 아니라 공정위가 스스로 고칠 수 있는 고시에 포괄 위임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9일 공개한 '공정거래 사건 피심인의 방어권 강화방안' 보고서에서 공정위 조사 권한 남용을 통제하고 피심인 정당한 방어권을 보장하기 위한 절차적 사항들은 고시가 아닌 법률로 규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공정거래법 120여 개에 달하는 법률 조항 중 조사 절차 등 사건처리에 관한 절차법적 사항은 다른 법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다.
이런 이유로 공정위는 사건처리 절차에 관한 세부적인 사항을 행정규칙인 고시에 해당하는 '공정거래위원회 회의운영 및 사건절차 등에 관한 규칙'에 직접 위임하고 있다.
보고서는 조사 절차 규칙 중 변호인의 조사과정 참여 허용 여부와 범위(규칙 13조), 공정위의 조사 기록 작성 의무(규칙 14조) 등은 피심인 방어권 보장에 핵심적이라는 점에서 법에 명시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특히 '변호인의 조사과정 참여 보장 규정'은 예외사유가 법이 아닌 고시에 직접 규정돼 공정위 자의적 해석에 따라 피심인이 조사과정에서 변호인 조력을 받을 권리가 침해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디지털 증거 수집·분석과 관련해 공정위가 준수해야 할 기본적인 원칙과 의무사항을 법에 규정하지 않은 것도 문제가 있다고 보고서는 꼬집었다.
디지털 증거수집·분석 관련 조항은 법에 아무런 근거 규정이 없으며 기본 원칙부터 세부사항까지 모두 조사 절차 규칙에만 명시돼있다.
실제 공정위 무분별한 디지털 문서 조사에 법원이 제동을 건 사례도 있다.
수원지방법원은 2010년 8월 공정위 사내통신망 열람 요구를 거부한 삼성전자[005930]에 공정위가 부과한 2천만 원 과태료 처분을 취소했다.
사내통신망 열람 요구는 법에서 정한 '필요 최소한의 조사'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반면 공정위 조사과정에서 자료 미제출 등에 제재는 더욱 엄격해지는 추세다.
공정위는 최근 공정거래법을 개정해 현장조사를 방해하거나 자료 등을 미제출·허위제출하면 기존 과태료 제재에서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5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처하도록 했다.
보고서는 "공정위의 조사 권한 남용을 통제하고 피심인의 정당한 방어권을 보장하기 위해 핵심적인 절차적 사항들은 고시가 아닌 법률로 상향하고 구체적인 사항만 고시에 위임하는 방안이 적절하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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