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해영 기자 = 암 진단을 받은 일본의 75세 이상 환자 중 신체적 부담이 큰 수술이나 항암제 투여 등의 적극적 치료를 자제하는 사람의 비중이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국립암센터는 전국 암진료연대 거점병원 등 472개 의료시설에서 암 진단을 받은 환자 70만 명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를 9일 발표했다.
분석 결과에 따르면 암이 많이 진행된 85세 이상 고령 환자의 경우 적극적인 치료를 하지 않고 경과를 지켜보는 환자의 비율이 암 종류에 따라 최고 60%를 넘어선 것으로 밝혀졌다.
암세포가 다른 장기에 전이되는 등 진행암의 경우 신체적, 재정적 부담 외에 완치가 어렵다는 현실적 판단에 따라 환자나 가족이 생활의 질을 중시하는 선택을 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암은 진행 정도에 따라 1기부터 다른 장기에 전이되는 등 가장 많이 진행된 4기까지로 분류한다.
자료에 따르면 1년간 암에 걸리는 사람이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75세 이상의 경우 2012년 42%에 달해 2002년 35%에 비해 7% 포인트 높아졌다. 이 비율은 고령화와 함께 앞으로도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분석 결과 암이 많이 진행된 4기 비소세포 폐암 진단을 받은 85세 이상 환자의 경우 아예 "치료하지 않는 사람"이 58.0%였다. 위암은 56.0%, 대장암은 36.1%로 모두 2012년부터 증가하는 추세다.
특히 치료가 어려운 췌장암은 치료하지 않는 비율이 60.0%, 고령자의 경우 증세가 별로 없는 자궁체암은 66.7%였다.
고령이 되면 심장병이나 당뇨병 등에 걸리는 일이 많아 수술이나 함암제 치료가 어려운 환자도 많은 것으로 추정된다. 인지기능 쇠퇴로 치료를 자제하는 경향이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히가시 다카히로 국립암센터 암등록센터장은 NHK에 "고령 암 환자에게 어떤 치료를 할 것인지는 의사의 판단에 맡기는 경우가 많다"면서 "판단을 지원하기 위한 진료지침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고령자 암 치료 문제에 밝은 나가시마 후미오 교린(杏林)대 교수는 요미우리(讀賣)신문에 "고령으로 의사소통이 어려운 경우 의료기관이 적절한 치료방법을 고려할 수 있도록 기준제정을 서두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일본 후생노동성은 고령암환자에 대한 항암제 치료 관련 지침 제정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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