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항공모함 내년 베트남 첫 방문 등 방위협력 강화 합의
美·베트남 vs 中·필리핀 구도로 남중국해 긴장고조 가능성
(하노이=연합뉴스) 김문성 특파원 = 중국과 베트남의 남중국해 영유권 갈등이 깊어지는 가운데 베트남 국방수장이 대규모 대표단을 이끌고 미국을 방문했다.
필리핀이 중국과의 영유권 다툼에도 친중 노선을 걷는 상황에서 베트남이 중국이 견제하기 위해 미국과의 국방·해양 협력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이에 따라 미국·베트남과 중국·필리핀의 대립 구도가 전개되며 남중국해 긴장이 고조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9일 베트남 정부와 현지 외교가에 따르면 응오 쑤언 릭 베트남 국방부 장관은 지난 7일 나흘간의 일정으로 미국 워싱턴 DC를 공식 방문했다.
베트남 정부는 이번 방문에 대해 "상호 우호·신뢰 관계 증진과 방위협력이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한 외교소식통은 "베트남 국방부 장관의 미국 방문이 지난해 후반부터 추진된 것이지만 최근 남중국해 영유권을 놓고 중국과 베트남 간에 긴장감이 도는 상황에서 이뤄진 만큼 그 의미는 남다르다"고 말했다.
릭 장관의 미국 방문단은 25∼26명으로 과거 중국 방문단보다 크고 해군 사령관, 공군 사령관, 해양경비 사령관 등 장성급이 상당수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이런 베트남 대표단의 방미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는 것으로 전해졌다.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부 장관은 8일 미 국방부(펜타곤) 청사에서 릭 장관을 만나 "미국과 베트남은 아시아·태평양에서 공통의 관심사를 갖고 있다"며 "예컨대 남중국해 항해의 자유, 국제법과 국가 주권 존중"이라고 말했다.
릭 장관은 "베트남과 미국은 과거를 존중하고 미래를 바라본다"며 양국 협력 확대 의지를 밝혔다.
미 국방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두 장관이 내년에 미 항공모함의 첫 베트남 방문을 포함해 방위협력 강화에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미 항공모함의 방문지는 1960∼1970년대 베트남전 당시 전투기와 수송기, 병력 집결지 역할을 한 미군 핵심 전략기지 가운데 하나인 베트남 중남부 깜라인만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깜라인만은 남중해 영유권 분쟁도서인 파라셀 군도(중국명 시사<西沙>군도, 베트남명 호앙사 군도), 스프래틀리 제도(중국명 난사<南沙>군도, 베트남명 쯔엉사 군도)를 마주 보고 있다. 베트남은 작년 3월 깜라인만에 국제항구 1단계 공사를 마치고 외국 함정에 개방하고 있다.
1975년 베트남전 종전 이후 미 항공모함이 처음으로 이곳을 방문하면 과거 적국이었던 미국과 베트남의 화해 및 연대를 과시하며 중국을 견제하는 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과 베트남의 남중국해 영유권 갈등이 심화하고 필리핀이 남중국해 반중 연대에서 이탈해 중국 편에 선 상황에서 '힘의 균형'을 이루기 위해 베트남이 미국, 일본과의 연대를 강화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베트남은 최근 남중국해 자원탐사에 나섰다가 중국의 군사적 위협에 한 달 만에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주말에는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 관련 외무장관 회의에서 중국과 대립각을 세웠다.
애초 아세안 외교장관 공동성명 초안에 없던 남중국해 군사기지화 문제가 베트남 요구로 최종 성명에 반영되자 중국이 항의의 표시로 베트남과의 양자외교 회담을 취소했다.
해양정책 전문가인 쉐리 중국사회과학원 연구원은 "베트남이 남중국해 문제에 대해 강경한 태도를 취하는데 국제무대를 계속 이용할 것"이라며 "베트남 같은 작은 나라가 힘의 균형을 이루려는 것은 정상적이지만 극단으로 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홍콩 영자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말했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북한 핵과 미사일, 국내 현안에 집중하고 있어 버락 오바마 전임 행정부만큼 남중국해 문제에 관심을 쏟을 수 없기 때문에 베트남이 미국의 지원을 받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과 맥락을 같이 한다.
동남아시아 전문가인 칼 세이어 호주 뉴사우스웨일스대 명예교수는 미국이 북한 압박에 대한 중국의 지원을 끌어내기 위해 남중국해 문제에 적당히 개입할 것이라며 무기나 해양기술을 판매하는 방식으로 베트남을 지원하는 데 그칠 것이라고 영국 BBC 방송에 말했다.
kms123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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