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스캐롤라이나대 농구부 시절에 골프 배우기 시작
(서울=연합뉴스) 최인영 기자 = 미국프로골프(PGA) 시즌 마지막 메이저대회인 PGA 챔피언십은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 퀘일할로 골프장에서 열린다.
노스캐롤라이나는 스포츠 슈퍼스타가 대학 시절을 보낸 곳이기도 하다.
농구황제 마이클 조던(54)은 노스캐롤라이나대학(UNC) 농구부 출신이다.
농구밖에 몰랐던 조던은 우연한 기회에 같은 대학 골프팀 선수를 만나면서 골프에 푹 빠지게 된다.
바로 PGA 투어 통산 21승에 빛나는 데이비스 러브 3세(53)다. 러브는 1997년 PGA 챔피언십 우승자이기도 하다.
PGA 투어는 9일(한국시간) 홈페이지에서 조던이 골프광이 된 사연을 소개했다.
1984년 3월 어느 날, 3학년이던 조던은 농구팀 숙소 방에 있었다.
그의 룸메이트는 버즈 피터슨(54). 조던이 공동 구단주로 있는 샬럿 호니츠의 부단장을 지냈었고 지금은 대학 농구팀 감독으로 활약하고 있다.
피터슨은 심리학 수업을 듣다가 새로 사귄 친구를 방에 데리고 왔다. 바로 러브다.
피터슨은 당시 2학년이던 러브의 제안으로 골프장에 처음 가보기로 하고, 잠시 방에 들른 터였다.
골프장에 간다는 룸메이트를 보고 조던은 "나도 가면 안 돼?"라고 물었다.
사실 조던과 피터슨은 한창 농구를 해야 했을 시기였다. 그러나 노스캐롤라이나대학은 대학농구 동부지구 준결승에서 패하는 바람에 시즌이 끝난 상황이었다.
그 공허함을 새로운 운동으로 채우고 싶었는지, 조던은 친구들을 따라 학교 골프장에 갔다.
러브는 당시 기억을 떠올리며 "조던은 그냥 우리를 쫓아다니다가 가끔 공을 치고 싶어 했다. 이따금 퍼트나 드라이브를 쳤다"고 말했다.
이 모습을 본 러브는 조던이 골프를 시작할 수 있도록 중고 골프채와 공을 모아 선물했다.
그해 봄, 조던은 첫 라운드를 경험했다. 러브와 이 학교의 또 다른 농구스타 알 우드가 동반자였다.
조던은 17개 홀에서 '잘하면 보기'를 기록했고, 한 개의 홀에서 파를 쳤다.
조던은 "그때부터 골프에 빠졌다"고 고백했다.
러브는 조던에게 골프 치는 방법을 가르쳐주지는 않았다. 그저 골프장에 가는 길만 알려줬다.
조던에게 골프를 가르친 사람은 따로 있었다. 이 대학 인근에서 골프 치는 법을 가르쳤고 지금은 듀크대 골프클럽 단장인 에드 이바르겐이다.
본격적으로 골프를 시작하려는 조던은 몇 가지 난관에 부딪혔다. 198㎝인 거구에 맞는 골프채를 찾아야 했다. 하지만 맞춤 골프채를 만드는 것은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진짜 문제는 조던의 거대한 손에 맞는 그립을 찾는 것이었다. 이바르겐은 "그립을 야구방망이 크기로 만들어도 조던에게는 여전히 작았다"고 혀를 내둘렀다.
하지만 조던의 뛰어난 운동 신경은 놀라웠다. 이바르겐은 "눈과 손의 협응이 대단했다. 관찰력도 뛰어났다. 샷 시범을 보이면 10∼15번 연습한 후에 똑같이 해내곤 했다"고 말했다.
다만 워낙 격렬히 움직이는 농구선수로서 좀 더 정적으로 운동하는 골프에 적응하기가 어려웠다. 이바르겐은 "조던은 마치 농구에서 공격할 때처럼 골프를 쳤다"고 떠올렸다.
조던은 "디트로이트 피스턴스 선수들과 1 대 5로 맞설 수는 있어도, 페어웨이 양옆에 많은 사람이 지켜보는 가운데 티샷하는 건 못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때부터 조던은 여유 시간이 생길 때마다 골프장에 왔다.
골프 열풍이 농구팀 전체에 퍼졌는지, 이 대학 농구팀의 '전설' 딘 스미스 감독이 선수들을 찾으러 골프장에 오곤 했다.
러브는 "언젠가는 스미스 감독이 '선수들이 모두 드라이빙 레인지로 갔다'며 '가서 그 아이들에게 체육관으로 오라고 해주겠니?'라고 부탁했다"는 일화를 소개했다.
조던의 골프 사랑은 절친한 친구의 결혼식에서도 불타올랐다.
1990년, 조던과 러브는 피터슨의 결혼식에 갔다. 신부와 신부 친구들이 준비를 마치기 전, 이들은 골프장에서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러브는 지난 6년간 몰라보게 발전한 조던의 골프 실력에 깜짝 놀랐다.
러브는 "골프채를 어떻게 잡는지, 골프장에서 뭘 해야 하는지도 몰랐던 사람이 그렇게 빨리 배울 줄이야"라고 놀라워했다.
이날 조던의 신경은 온통 러브보다 공을 멀리 치는 데 쏠려 있었다.
러브는 PGA 투어의 대표적인 장타자다. 그는 2004년 476야드의 드라이버샷으로 PGA 투어 역대 최장타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조던은 "데이비스를 한 번밖에 못 이겼어"라며 계속 홀을 돌았다.
그러나 피터슨은 결혼식 시간을 의식하며 "우리 가야 해"라는 말을 되풀이했다. 결국에는 "데이비스가 너한테 질 것 같아? 골프로는 데이비스가 더 재능있잖아"라는 독한 말로 겨우 조던을 설득해 결혼식에 늦지 않을 수 있었다.
조던은 농구선수로는 은퇴했지만, 플로리다주 베어스클럽에서 거의 매일 어니 엘스, 키건 브래들리, 루크 도널드 등과 골프를 즐긴다.
오는 11일 개막하는 PGA 챔피언십에도 자연스럽게 관심이 갈 수 있다.
이번 대회에서 가장 주목받는 선수는 조던 스피스(24)다.
스피스는 이 대회에서 우승하면 4개 메이저대회를 모두 휩쓰는 커리어 그랜드 슬램을 최연소로 달성하게 된다.
스피스의 이름은 마이클 조던에서 따온 것이다.
24년 전 텍사스 댈러스에서 스피스가 태어났을 때, 그의 아버지 숀은 자신이 제일 좋아하는 선수인 마이클 조던의 이름을 첫아들에게 붙여줬다.
abbi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