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년째 제자들과 영화데이트 하는 시골 영어 선생님

입력 2017-08-09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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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년째 제자들과 영화데이트 하는 시골 영어 선생님

영동고 안성표 교사, 호주머니 털어 학생들과 적극 소통

(영동=연합뉴스) 박병기 기자 = 충북 영동고등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치는 안성표(52) 교사는 학기 말이 되면 제자들과 어울려 특별한 데이트를 한다.





수업에 적극 참여해 칭찬티켓을 받은 제자들을 자신이 사는 대전으로 초청해 영화 감상과 식사를 함께 하면서 교류하는 시간이다.

그는 이달에도 1·2학년 5명을 데이트에 초청, 두고두고 기억될 추억을 쌓을 예정이다.

안 교사의 특별한 데이트는 그가 옥천교등학교에 근무하던 1995년 시작됐다. 5주간의 미국 어학연수 과정서 활발한 토론문화를 경험하고 자극받은 게 계기가 됐다.

그는 이후 제자들에게 전달하고 싶은 생활신조를 적은 '칭찬티켓'을 만들어 수업에 능동적으로 참여한 학생들에게 나눠주기 시작했다.

그리고 학기 말마다 보상 차원에서 티켓왕을 뽑아 특별한 데이트를 준비한다.

영화 관람료와 식사비는 모두 그의 호주머니에서 나간다. 먼 길을 되돌아가는 제자들의 교통비까지 챙겨주고 나면 한 달 용돈이 바닥날 때도 있다.

그렇지만 그에게는 제자들과의 데이트 시간이 소중하다. 학교에서 미처 나누지 못한 속내를 털어놓고, 멘토와 멘티가 돼 인생 상담도 한다.







안 교사는 "10여년 전 데이트한 제자들이 훌쩍 성장해 결혼 청첩장을 보내고, 주례를 부탁받는 일도 부쩍 늘었다"며 "그들과 만나 오래 전 영화 데이트를 추억할 때가 가장 행복하다"고 말했다.

그의 제자 사랑이 유별나기로 정평 나 있다.

옥천고 근무 당시 형편이 어려워 주유소 아르바이트를 하는 3학년 제자에게 "대학입시에 매진하라"며 생활자금을 지원했고, 학산고가 일반계 고등학교로 전환된 직후에는 방과후나 휴일을 가리지 않고 제자들과 1대1 상담을 하면서 면학 의욕을 북돋웠다.

영동고 관계자는 "학생과 교직원은 물론 학부모까지 안 교사의 자상하고 따뜻한 성품을 모르는 이가 없다"며 "가정방문을 할 때도 폐를 끼치지 않으려고 학교급식으로 끼니를 때운 뒤 간식을 사들고 방문한다"고 말했다.

bgipar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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