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 생필품 부족 심각…관광객 증가로 서민 고통 가중

입력 2017-08-10 07:00  

쿠바, 생필품 부족 심각…관광객 증가로 서민 고통 가중

관광객용 식당·민박업소가 매점, 서민에겐 차지 안와

대형 슈퍼 진열대에 쌀·참치통조림뿐, 우유·치즈·고기는 품절

(서울=연합뉴스) 이해영 기자 = 2년 전 미국과 국교를 회복한 쿠바가 심각한 물자부족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과 유럽 관광객이 늘자 이들을 맞이하기 위한 식당과 민박집이 속속 문을 열면서 가뜩이나 부족한 물자를 자본력이 있는 이들 자영업자가 매점하고 있어서다. 이 바람에 서민들은 식료품조차 구하기 어려운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사히(朝日)신문 르포기사에 따르면 오피스 건물과 주택이 들어서 있는 아바나시 서쪽의 한 슈퍼 진열대에는 쌀과 참치통조림 몇 개가 남아 있는 게 고작이었다. 시내에서 물건 구색을 가장 잘 갖췄다는 이 슈퍼의 진열대에서 우유와 요구르트, 치즈, 계란, 고기 등은 찾아볼 수 없었다.

50대의 한 주부는 토마토 퓌레와 요구르트, 닭고기를 찾아 헤맸지만 발견하지 못했다고 한다. 이 주부는 "오늘 저녁은 감자 수프뿐"이라면서 "거리에는 관광객이 넘치는데 우리 삶은 고통스럽다"고 분개했다. 슈퍼에서 생필품을 구하지 못하면 암시장에서 훨씬 비싼 값에 살 수 밖에 없다.




반세기 이상 적대시해온 미국과 2015년 국교를 회복한 쿠바에는 2016년 사상 가장 많은 400만 명의 관광객이 찾아왔다. 전년 대비 13% 증가한 숫자다. 이중 미국인이 28만4천 명, 미국 거주 쿠바인이 약 33만 명이었다. 올해 1~3월 방문객의 45%는 북미인들이었다. 미국 크루즈선도 4개사로 늘었고 미국발 직항편도 많다.

관광객 증가의 수혜는 레스토랑과 관광가이드, 관광 택시 등이 누리고 있다. 미국 등에 가족이 있는 사람들은 이들이 보내주는 송금을 밑천으로 집을 개조해 레스토랑이나 민박집을 열고 있다.

관광객이 이용하는 고급 바 등도 차츰 확산하고 있다. 아바나 구 시가지에는 고급 부티크도 문을 열었다. 한 자루에 7천300 달러(약 828만 원)의 정가표가 붙은 몽블랑 볼펜과 100 달러짜리 라코스테 상표가 붙은 반바지 등이 전시돼 있지만, 현지 주민들은 "먹을 것도 없는데 누가 사겠느냐"며 지나친다.




한편에서는 속속 개업하는 레스토랑과 민박업소 등에 의한 식재료와 건설자재 "쟁탈전"이 벌어지고 있다. 쿠바는 미국 의회에 의한 금수조치가 해제되지 않고 있어 원래 물자가 부족한 상태였다. 도·소매업도 발달하지 않았다. 관광업자도 일반 슈퍼에서 물건을 사야 하기 때문에 일반 시민에게 돌아갈 몫이 남지 않게 된다.

작년부터 상황이 더 심각해졌다. 뉴욕 타임스는 "관광객이 문자 그대로 쿠바인의 점심을 먹어 버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쿠바인 기자는 "과거 암시장이 이 정도로 번성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레스토랑이나 호텔, 공장 등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식재료 등을 집으로 가져가 암시장에서 판매한다고 한다. 사회학자인 디니세 딜가드는 "쿠바에서는 해외에 있는 친척이 보내주는 송금을 잘 이용해 비즈니스를 시작한 사람과 그럴 기회가 없는 사람 간의 격차가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lhy5018@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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