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효석 기자 =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주화' 발행을 추진하는 예술가들이 "일본 정부의 외압으로 기림주화 발행이 취소됐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김서경·김운성 작가는 9일 서울 종로구 평화비 소녀상 인근의 한 카페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이들은 평화비 소녀상을 만든 부부작가다.
이들은 '위안부 피해자 기림일'인 이달 14일에 피해자 할머니들에게 헌정할 계획으로 기림주화 발행을 추진해왔고, 올해 6월27일 뉴질랜드령 '니우에' 정부로부터 기념주화 발행 허가를 얻었다.
특정 인물에 대한 기념주화는 정치·사회적 논란을 피하고자 보통 제3국에서 발행한다. 존 레넌의 기념주화가 영국 본국이 아닌 영국령 올더니에서 발행된 사례가 대표적이다.
위안부 피해자 기림주화는 별다른 문제없이 제조에 들어가 7월 20일부터 국민 공모가 시작된 상황이었는데, 7월 27일 니우에 정부가 돌연 김씨 부부 측에 발행 취소를 통보했다. 김씨 부부는 "기념주화 발행 취소는 화폐사(史)에서 전례를 찾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달 8일 아프리카의 차드공화국 정부로부터 다시 발행 허가를 얻었다. 이에 따라 기림주화 발행은 다시 추진될 예정이다. 다만 김씨 부부 측은 그간의 비용 손실에 타격을 입은 상태고, 현재까지 접수된 국민 공모도 환불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김씨 부부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그저 민간인인 탓에 어떤 외압이 있었는지 증거를 제시할 수는 없다"면서도 "유력한 용의자는 단연 일본 정부"라고 강하게 주장했다.
김서경씨는 "외압이 없었다면 니우에 정부가 막대한 수익을 포기하면서 주화 발행 사업을 취소했을 리 없다"면서 "발행 취소 문건에는 아무런 사유가 적혀 있지 않았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위안부 피해자 기림주화는 '정치적 주화'가 아니라, 평화와 화해의 메시지를 담은 것"이라면서 "전쟁 책임자 히로히토(裕仁) 전 일왕의 기념주화도 2000년에 소말리아에서 발행된 바 있는데, 전쟁 피해자의 기념주화는 발행이 불가능한 것이냐"고 비판했다.
김운성 작가는 "한일 관계도 고려해야겠지만 자국민의 예술적 표현이 침해당한 부분에 관해서는 한국 정부가 유감 표명을 해줬으면 좋겠다"면서, 차드에서도 발행이 취소되면 정부 차원의 개입을 요청할 계획임을 시사했다.
한편 이날 일본대사관 앞에서는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주최로 1천295차 정기 수요시위가 열렸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김복동·이용수·길원옥 할머니가 참석했다.
정대협은 108일 후인 '세계 여성폭력 추방의 날'(11월 25일)을 앞두고 "100일 동안 100만명이 1천원씩 모금하자"며 모금운동을 시작했다.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을 위한 여성인권상을 제정하는 한편, 일본이 화해치유재단에 출연한 1억엔(10억원)을 시민의 힘으로도 모을 수 있음을 보여주자는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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