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뿐인 인권 중시'…경찰, 피의자 물품 멋대로 압수

입력 2017-08-09 15:03   수정 2017-08-09 15:41

'말뿐인 인권 중시'…경찰, 피의자 물품 멋대로 압수

SK야구단 직원 사칭 사기범 물품, 영장·동의 없이 확보




(인천=연합뉴스) 손현규 = 새 정부 들어 '인권개혁'을 강도 높게 추진하겠다고 밝힌 경찰이 피의자 차량에 있던 물품을 영장 없이 무작위로 압수해 물의를 빚고 있다.

경찰은 뒤늦게 피의자의 해당 물품이 사건과 직접적인 관련성은 없는 것이라고 실토했다.

인천 서부경찰서는 프로야구 선수 출신으로 SK와이번스 야구단에서 직원으로 근무한다고 속여 억대의 금품을 받아 가로챈 혐의(사기)로 A(24)씨를 구속해 검찰에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다고 9일 밝혔다.

A씨는 올해 5월부터 지난달까지 인스타그램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알게 된 야구팬 B(20·여)씨 등 11명으로부터 총 1억3천만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인스타그램에 자신을 프로야구 선수 출신으로 소개한 뒤 현재 SK 야구단에서 직원으로 근무하는 것처럼 B씨 등을 속였다.

경찰은 지난달 21일 충남 부여에서 A씨를 검거할 당시 그의 차량에서 SK 야구단 직원(STAFF) 비표와 인천유나이티드 축구단의 구장 출입 비표를 확보했다.

경찰은 두 비표를 사진으로 찍어 이날 보도자료와 함께 언론에 배포했다.

그러나 "SK 야구단 직원이 아닌 A씨가 어떻게 해당 비표를 갖고 있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이 경찰서 수사과장은 "밝힐 수 없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담당 수사팀장은 최초 "A씨가 고등학교에 다닐 당시 SK 야구장에서 매표 아르바이트를 할 때 주워서 갖고 있던 것"이라고 했다가 "직원 비표에 올해 연도가 적혀 있다"고 되묻자 "자세한 내용은 설명할 수 없다"고 말을 바꿨다.

확인 결과 해당 비표는 법원에서 정식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거나 A씨의 동의를 얻어 임의제출 형식으로 확보한 게 아닌 경찰이 임의로 압수해 사진을 찍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 사진에는 다른 프로야구단 직원 2명의 이름과 휴대전화 번호가 담긴 명함도 함께 담겼다. A씨가 평소 친분을 쌓은 타 구단 직원들에게서 받은 것으로 이번 사건과는 관련 없는 명함이다.

형사소송법 215조에 따르면 사법경찰관은 판사가 발부한 영장에 의해 물품을 압수할 수 있다. 이 경우 피의자가 죄를 저질렀다고 의심할 만한 정황이 있고 해당 사건과 관계가 있다고 인정할 수 있는 것에 한정된다.

영장 없이 피의자의 물품을 확보하려면 피의자 등 해당 물품 소유자의 동의를 얻어 임의제출 형식으로 받아야 한다.

지역의 한 법조계 관계자는 "범죄 혐의가 있는 피의자의 물품을 확보할 때도 적법한 절차에 따라야 한다"며 "피의자의 인권도 존중하면서 엄벌해야 수사의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경찰 관계자는 "SK 야구단의 2017년 직원 비표를 A씨가 어떻게 확보했는지는 사건과 직접 관련이 없어 조사하지 않았다"며 "검찰에 송치한 사건 기록에도 해당 비표를 증거자료로 포함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담당 경찰서가 이번 사건을 언론에 알리는 과정에서 의욕이 앞서 사건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불필요한 비표 사진을 함께 배포했다고도 했다.

so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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