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고랜드 사건 핵심 피고인 1심 무죄…검찰 무리한 수사 도마에

입력 2017-08-09 15:43  

레고랜드 사건 핵심 피고인 1심 무죄…검찰 무리한 수사 도마에

두 차례 영장 청구 때도 "범죄 소명 충분치 않다" 법원서 지적



(춘천=연합뉴스) 이재현 기자 = "증거능력이 없고, 증거가 부족하다. 간접 증거로는 공소사실을 인정하기 부족하고 자백 진술을 믿기 어렵다."

전·현직 고위 관계자가 연루돼 지역 사회를 떠들썩하게 한 춘천 레고랜드 비리 사건의 1심 선고공판이 열린 지난 8일 춘천지법 담당 재판부가 검찰의 공소사실을 조목조목 무죄로 판단하면서 나열한 판결 요지다.

이 사건의 핵심 피고인인 이욱재(60) 전 춘천 부시장에게 1심 무죄가 선고되면서 검찰의 무리한 수사·기소가 또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2015년 7월 이 사건 수사에 착수한 검찰은 지난해 4월 이 전 부시장 등 핵심 피의자 3명을 기소하기까지 10개월간 도내 정·관계에 걸친 전방위 수사를 벌였다.

지역 발전의 핵심 동력으로 여긴 레고랜드 사업을 둘러싼 고위층의 비리 의혹에 지역 사회는 충격에 빠졌고 사업은 격랑에 휩싸였다.

이 사건은 레고랜드 시행사 엘엘개발 전 총괄개발대표 민모(61)씨로부터 2014년 지방선거 당시 도내 정관계에 불법 정치자금을 건넸다는 진술이 나오면서 기득권층 비리 수사로 급물살을 탔다.

당시 민씨는 앨엘개발의 내부 감사를 받고 횡령·배임 혐의로 고발된 상태였다.

검찰은 민씨가 최문순 도지사 특보를 지낸 권모(58) 씨에게 건넨 불법 정치자금 제공 과정에 이 전 부시장이 관여하고, 엘엘개발 직원 채용을 빙자한 레고랜드 홍보 등을 통해 지방선거에 영향을 끼치려 한 것으로 파악했다.

여기다 레고랜드 사업을 사실상 진두지휘한 이 전 부시장에게 민씨가 1천만원이 든 명품 가방과 맞춤 양복 2벌, 양주 2병을 뇌물로 건넸다는 진술을 토대로 이권 비리 수사에도 집중했다.


그러나 검찰 수사는 2015년 12월 이 사건 핵심 피의자로 지목된 이 전 부시장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 기각으로 동력을 잃었다.

검찰은 1차 영장 기각 이후 99일만인 지난해 4월 보완 수사를 거쳐 이 전 부시장의 영장을 재청구했으나 이마저도 기각됐다.

삐걱거리던 검찰 수사에 무리수가 더해진 것 아니냐는 지적은 이때부터 본격화됐다.

당시 영장 실질심사를 담당한 법원도 "첫 영장 기각 후 추가 제출된 증거자료를 종합해 봐도 여전히 범죄 혐의 소명이 충분치 않고, 추가된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도 다투어 볼 여지가 있다"고 허술한 검찰 수사를 우회적으로 지적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검찰이 이 전 부시장과 이해관계가 얽힌 민씨의 자백 진술에 지나치게 의존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됐다.

명확한 증거와 증인, 간접 증거가 부족한 상태에서 민씨의 진술에 의존한 채 무리하게 수사하고 기소했다는 지적은 1심 판결에서 그대로 나타났다.


이 전 부시장이 불법 정치자금 제공에 관여했다는 증거로 검찰이 제출한 엘엘개발 임시주주총회 녹음 파일에 대해 1심 재판부는 "녹음 파일의 증거능력이 없다"고 판단했다.

이어 "이 전 부시장과 공모해 (불법 정치자금을) 제공했다는 민씨의 진술도 믿기 어렵다"며 이 전 부시장의 정치자금법 및 지방공무원법 위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또 이 전 부시장이 2014년 지방선거에서 최문순 도지사의 재선을 돕기 위해 엘엘개발 직원 채용을 빙자한 레고랜드 홍보 광고를 하게 해 공직선거법을 위반했다는 공소사실도 재판부는 "직원 채용 필요성 등에 비춰 민씨의 진술을 믿기 어렵다"며 이 부분도 무죄 판단했다.

특히 현금 1천만원이 든 명품 가방과 관련 "민씨와 이 전 부시장 부부가 만나 식사를 나눴다는 음식점의 영업장부 등으로 볼 때 만난 시점에 차이가 있고, 명품 가방을 건넨 상황에 대한 민씨 처의 진술도 엇갈리고 일관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오히려 재판부는 "민씨가 이 전 부시장의 의사에 반해 여러 차례 적극적으로 뇌물을 공여하려 한 점이 인정된다"며 "이후 이 전 부시장에게 엘엘개발 내부 감사를 하지 않도록 해달라는 청탁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이 전 부시장을 음해하려고 허위 진술을 하거나 허위 진술을 교사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재판부는 "민씨가 비록 뇌물 공여 등 자신의 범행을 인정하고 있으나 이는 이 전 부시장을 뇌물죄로 처벌받게 하기 위한 자백으로 보이는 만큼 엄벌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했다.

결국, 재판부는 민씨에게 벌금 1천만원과 500만원 및 몰수형을 구형한 검찰의 의견에도 불구 민씨에게 징역 6개월의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결과적으로 도내 정관계 고위층 비리를 향해 빼 든 검찰 수사는 민씨가 최문순 도지사의 특보를 지낸 권씨에게 두 차례에 걸쳐 7천만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건넨 혐의만 유죄로 인정됐다.

무리한 수사·기소라는 비판 속에 결과마저 용두사미로 끝난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든 검찰은 1심 판결문을 검토한 뒤 항소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jle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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