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야조사·갑작스러운 소환 등 압박수사부터 금지해야…의견 적극 개진"
(서울=연합뉴스) 차대운 기자 = MBC PD수첩 제작진을 기소하라는 상부 지시에 불복하고 검찰을 떠났던 임수빈(56·사법연수원 19기) 변호사가 법무·검찰 개혁위원회 위원으로 위촉돼 검찰개혁 논의 과정에서 주도적 역할을 하게 됐다.
임 변호사는 9일 첫 회의를 열고 공식 활동에 들어간 법무·검찰 개혁위원회 민간위원 17명에 포함됐다.
'PD수첩 검사'로 알려진 그는 서울중앙지검 검사로 임관해 평검사 및 중간간부 시절 서울중앙지검과 법무부 검찰국 등 핵심 부서를 거쳐 대검찰청 공안2과장에 이어 1과장 등을 역임하는 등 검찰 내 '선두 그룹'이었다.
그러나 이명박 정권 시절인 2008년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장으로 재직하던 중 맞닥뜨린 'PD수첩 사건'은 인생 궤적을 180도 바꿔놓았다.
임 변호사는 광우병 논란을 보도한 PD수첩 제작진을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해야 한다는 조직 상부와 마찰을 빚었고 그해 12월 결국 검찰을 떠나야 했다.
그는 당시 'PD수첩 보도에 허위로 볼 만한 내용이 일부 담겼다고 해도 헌법이 보장하는 언론자유 등의 가치에 비춰봤을 때 정부 정책 결정권자의 언론 상대 명예훼손 처벌에는 검찰권을 신중히 행사해야 한다'는 의견을 고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그가 떠난 후인 2009년 6월 PD수첩 제작진을 기소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2011년 9월 PD수첩 제작진에 무죄 판결을 확정해 오랜 논란에 종지부를 찍었다. 보도 내용 가운데 허위사실이 일부 있지만, 공공성을 근거로 한 보도이기 때문에 명예훼손의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취지였다.
개업 이후 임 변호사는 변호인으로 생업을 이어가는 한편 검찰개혁 구상도 계속했다.
그 결과 올해 2월 서울대에서 '검찰권 남용 통제방안'을 주제로 박사학위를 받았고, 최근에는 검찰개혁 청사진을 담은 '검사는 문관이다'라는 책을 펴냈다.
'검찰개혁 집도의'로 나선 임 변호사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친정인 검찰에 쓴소리할 생각"이라며 "정말로 국민을 위한 검찰로 거듭날 수 있도록 다른 위원분들과 머리를 맞대고 좋은 방안을 도출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우선 시급한 과제로 심야 조사 등 '압박수사' 관행 개선을 꼽았다.
임 변호사는 "심야 조사나 오늘 전화해 내일 나오라는 식의 갑작스러운 소환 통보 등 심리적 압박을 가하는 수사를 금지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며 "검사도 변호사도 해 봤으니 실무적인 차원에서 무엇이 제일 아쉽고 간절한지를 적극적으로 얘기해보려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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