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양의무자 기준 폐지, 생계·의료·주거·교육에서 '국민 최저선' 보장
정부 "복지·고용·소득 주도 성장 밑거름 마련할 것"
(서울=연합뉴스) 신재우 기자 = 제1차 기초생활보장 종합계획(2018∼2020년)은 비수급 빈곤층 등 그동안 복지 정책에서 소외됐던 사각지대를 최소화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부양의무자 기준을 단계적으로 폐지해 비수급 빈곤층을 새로 보호하게 되면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는 현재 163만명에서 252만명으로 55%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3년 뒤에는 의료급여 수급자의 본인부담 수준이 낮아지고, 교육급여가 최저교육비의 100% 수준으로 지급되는 등 '국민 최저선' 보장 체감도가 한층 높아질 전망이다.
◇ 부양의무자 단계적 폐지로 복지 사각지대 해소
정부는 앞으로 3년간 종합계획을 실시하면 현재 전체 인구의 3.2%를 차지하는 기초생활보장 수급자가 인구의 4.8%로 늘어날 것으로 본다.
인원으로 따지면 163만명에서 252만명으로, 가구로 따지면 103만가구에서 161만가구로 늘어난다는 추산이다.
증가하는 수급자 대부분은 그간 복지급여에서 소외됐던 '비수급 빈곤층'이다.
비수급 빈곤층이란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선정 소득 기준에 부합해도 돈을 버는 자녀 등 부양의무자가 있어 수급자가 되지 못한 사람들로 현재 그 수가 93만명(63만가구)에 달한다.
2017년 기초생활보장 실태조사에 따르면, 수급가구의 평균 경상소득(시장소득+복지급여)은 95만2천원이지만, 중위소득 30% 미만의 비수급 가구는 49만3천원, 중위소득 30∼40%는 67만7천원으로 소득 역전 현상이 심각한 상태다.
정부는 3년 이내에 비수급 빈곤층이 ▲ 생계급여 ▲ 의료급여 ▲ 주거급여 ▲ 교육급여 가운데 최소 1개 이상을 받을 수 있도록 제도를 설계했다.
빈곤층의 발목을 잡고 있던 부양의무자 기준을 앞으로 3년간 단계적으로 폐지하거나 완화하면 2020년까지 3만5천명이 생계급여, 7만명이 의료급여, 90만명이 주거급여 혜택을 새로 받게 된다.
여기에다 기초연금 30만원으로 인상, 아동수당 신설 등 가계 소득을 높여주는 복지 정책이 추가되면 비수급 빈곤층의 규모는 2020년에 33만∼64만명으로 현재보다 최대 65%(60만명) 감소할 전망이다.
2차 종합계획 종료 시점인 2022년에는 20만∼47만명 정도가 남아 최대 감소 폭은 78%(73만명)로 예상된다.
정부는 부양의무자 기준 완화에도 여전히 남아있는 비수급 빈곤층에 대해서는 지방생활보장위원회 사례 심사를 통한 수급권 부여, 긴급 의료비 지원 제도 등을 통
해 적극적으로 보호한다는 방침이다.
◇ 국민 최저선 보장 강화
수급자가 양적으로 많아지는 것과 함께 급여의 질적인 수준은 높아진다.
의료급여 자기부담 수준은 낮아진다. 의료급여는 중위소득(국내 모든 가구를 소득순으로 줄 세웠을 때 정확히 중간에 있는 가구의 소득) 40% 이하 가구가 받는다.
근로능력이 있는 2종 의료급여 수급자의 본인부담 상한은 120만원에서 80만원으로 변경되고, 6∼15세 아동 본인부담금도 현행 10%에서 3%로 낮아진다.
노인의 틀니·임플란트 본인 부담도 20∼30%에서 5∼15%로, 중증 치매 환자에 대한 본인 부담도 10∼15%에서 5%로 경감된다.
주거급여는 중위소득 43% 이하 가구에 지급되고 있으나 3년 뒤에는 중위소득 45%까지 보장한다. 이렇게 되면 3만명이 추가로 주거급여를 받게 된다.
정부는 임차가구에 대한 주거급여 지급 상한액인 임차가구 기준임대료도 단계적으로 인상하기로 하고, 2018년에는 직전 3년간 주택임차료 상승률(약 2.4∼2.5%)을 적용하던 예년과 달리 지역에 따라 2017년 대비 2.9∼6.6% 인상한다.
또 기준임대료를 산정할 때 주택시세를 보다 충실하게 반영할 수 있도록 전·월세 실거래가격과 수급가구 실제 임차료를 활용하기로 했다.
2015년 이후 동결된 주택수선 지원 상한액(자가가구 보수한도액)도 2015년 이후 3년간의 건설공사비 상승률을 반영해 8% 인상한다.
교육급여는 현재 최저교육비의 절반 이하로 지급되고 있으나 2020년에는 최저교육비의 100% 수준으로 지급된다.
학용품비는 현재 중고등학생만 받고 있으나 2018년부터는 초등학생도 지원받는다. 교육급여는 중위소득 50% 이하가 지급 대상이다.
◇ 일자리 중심 자립 지원과 탈빈곤
향후 3년간 빈곤에서 탈출할 수 있는 일자리 공급은 확대된다.
기초생활보장수급자와 차상위계층에게 제공되는 자활근로 및 자활기업 일자리는 현재 5만개에서 3년 뒤 5만7천개로 늘어난다. 자활기업 수는 1천200개에서 1천800개로 많아진다.
자활 참여자들이 자활기업을 창업해 독립할 수 있도록 자활기업 지원이 확대되고, 희망키움통장 등 자산형성지원 프로그램도 다양화해 9만 가구가 새로 지원을 받게 된다.
일하는 대학생과 청년층에 대한 근로소득공제는 확대되고, 만34세 이하 청년 빈곤층이 일하면 인센티브가 지원된다. 이를 신설되는 자산형성지원통장에 적립하면 정부는 자립 지원금을 매칭해 주기로 했다.
또 청년층이 취업해 가족이 수급자에서 탈락하는 일이 없도록 별도 가구 보장 기간이 현행 3년에서 5∼7년으로 연장되고, 부양비와 등록금 부담을 덜어주는 정책도 실시된다.
기초생활보장 수급자가 국민연금 보험료를 납부하면 소득산정에서 제외하는 본인부담분 공제율은 50%에서 75%로 상향 조정된다.
보건복지부 배병준 복지정책관은 "복지 사각지대가 여전히 넓은데다 소득분배지표까지 나빠지고 있어 획기적인 빈곤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정부는 이번 종합계획을 통해 빈곤층을 더욱 두껍게 보호하고, 복지와 고용, 소득 주도의 성장을 위한 밑거름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withwit@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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