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 시대 인생플랜] (22) 퇴직 후 뇌경색도 막지 못한 도전

입력 2017-08-27 09:00  

[100세 시대 인생플랜] (22) 퇴직 후 뇌경색도 막지 못한 도전

병마 딛고 40년 공무원에서 10년 차 농부로 변신한 민성기씨

블루베리 농장으로 귀농 성공…조합 설립해 농촌 자립에 기여

(청주=연합뉴스) 전창해 기자 = "60∼70대가 농업을 포기하면 우리나라 농업의 미래도 없습니다."

민성기(70)씨가 공직에 있을 때부터 어엿한 농장주로 제2의 인생을 사는 지금까지 유지해온 굳은 믿음이다.


청주시 청원구 내수읍의 블루베리 농장에서 만난 그는 영락없는 농부였다.

환하게 웃는 그의 얼굴 주름 사이로 오랜 농사 노하우를 켜켜이 담고 있는 듯한 농부의 경륜이 엿보였다.

찌는듯한 가마솥더위에 금세 땀이 비 오듯 쏟아지지만 블루베리와 아로니아 나무를 돌보는 그의 모습에서는 힘든 기색을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내가 원하는 일을 하는 데 기분이 좋은 게 당연한 것 아니냐"며 콧노래까지 불렀다.

민씨가 공직에서 물러난 뒤 농부로 인생 2막을 연지 올해로 딱 10년이 됐다.

그는 1967년부터 40년간 공직에 몸을 담았다.

그는 공직생활을 마감하기 직전 자신의 고향이자 지금 삶의 터전인 내수읍 행정 책임자인 내수읍장을 지냈다.

이때 그는 퇴직하면 농촌으로 돌아가야겠다는 결심이 섰다고 한다.


"내수읍장 당시 마을을 둘러보면서 주민들과 대화를 나눴는데 고령화된 농촌문제가 심각하더라고요. 그래서 60∼70대가 농업을 포기하면 우리나라 농업의 미래도 없다는 생각이 들어 퇴직하면 꼭 농민들과 동고동락하겠다고 다짐했습니다."

그런데 2007년 퇴직 후 자신의 결심을 실천에 옮기겠다고 마음먹었던 그에게 귀농생활 시작부터 큰 시련이 닥쳤다.

퇴직 6개월 만에 갑작스러운 뇌경색 초기증상으로 병상에 눕게 된 것이다.

민씨는 이때 좌절하는 대신 적당한 운동과 노동의 필요성을 다시 한 번 뼈저리게 느끼고 더 단단히 각오를 다졌다고 했다.

상태가 호전되자 그는 곧바로 절친한 친구와 함께 오리 사육을 시작했다.

그는 "일을 하니 병마가 스스로 물러가더라"며 "땀 흘리는 노동으로 병도 이겨내고, 돈도 벌었으니 '일석이조'를 챙긴 셈"이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초기에는 경험과 기술 부족으로 시행착오도 많이 겪었다.

하지만 그의 트레이드마크인 쉼없는 노력으로 불과 1년 만에 대형 오리 유통업체가 위탁하는 70여 농가 중 상위그룹에 속할 수 있었다.

해를 거듭하면서 그가 키우는 오리 마릿수는 8천 마리까지 늘어났고, 수입도 두둑했다.

그러나 그의 마음은 어쩐지 편치 않았다고 한다.

그는 "동물을 키운다는 게 하루도 마음 편한 날이 없었다"며 "특히 냄새, 분뇨 등 환경에 끼치는 영향을 생각하면 항상 마음이 답답했다"고 말했다.

결국 그는 오리 사육을 시작한 지 4년 만인 2011년께 농장을 친구에게 모두 넘겼다. 안정된 생활을 뒤로 한 새로운 도전의 시작이었다.


평소 친환경 농업에 관심이 많았던 그의 눈에 들어온 게 바로 블루베리였다.

그는 폭넓은 농업지식을 갖춰야 실패를 줄일 수 있다고 판단, 곧바로 충북도농업기술원의 블루베리 대학 과정을 이수했다. 유기농 기능사 자격도 땄다.

이듬해인 2012년 800평으로 시작한 농장은 현재 4천 평으로 커졌다. 그의 철저한 준비가 성공적인 정착을 일궈낸 셈이다.

블루베리 농사 2년 차인 2013년에는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던 아들까지 귀농해 함께 농장을 운영하고 있다.

아들 준호(31)씨 역시 아버지만큼이나 농장 운영에 열의가 대단하다.

민씨는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블루베리 체험장 운영도 아들이 없었으면 불가능했을 것이라며 대견스러워했다.

민씨 부자가 생산한 블루베리는 무농약과 GAP(농산물우수관리인증제) 인증을 받아 친환경급식 재료로도 납품되고 있다.

재작년부터 시작한 아로니아 농사 역시 수입이 쏠쏠하다.

그는 "아직은 연매출이 5천만원 정도에 그치고 있지만 1∼2년생 나무에서 열매가 생산되기 시작하면 매출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

그는 농민들과 함께하겠다는 약속도 잊지 않았다.

2013년 유기농·친환경 생산자들과 함께 '지구농부협동조합'을 만들어 도라지 관련 가공품을 생산·판매하고 있다.

내수읍에는 친환경도라지 생산농가가 밀집해 있다. 민씨는 크진 않지만 이들의 고정적인 수입 창구를 만들어주고자 조합 설립의 산파 역할을 자처했다.

처음에는 그도 조합원으로 도라지 농사를 지었지만 블루베리와 아로니아 재배에 집중하면서 지금은 조합 이사장직을 맡아 일을 돕고 있다.

민씨는 "퇴직 후 20년을 더 활동하겠다고 마음먹었는데 이제 딱 절반이 지났다"며 "지금도 새로운 인생의 도전을 위해 한창 달리기를 하는 중이다. 이 달리기를 성공적으로 마쳐 다음 세대인 아들에게 그 바통을 넘겨주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는 귀농을 꿈꾸는 은퇴 예정자들에게 충고도 아끼지 않는다.

현직에 있을 때 최소 2∼3년간 차근차근 준비해 은퇴 후 바로 제2의 인생 계획을 실천에 옮기는 게 중요하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민씨는 "사람이 일을 놓으면 나태해지기 마련이고, 직접 몸으로 부딪혀 익히는 경험은 그 어디에서도 배울 수 없다"고 조언했다.

jeonch@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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