伊대통령 "우리도 이민자였다" vs 극우당 "현재 난민과 비교는 어불성설"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이탈리아에서 이민간 광부들이 대거 희생된 61년 전 벨기에 탄광 사고를 놓고 이탈리아 정치권이 한바탕 설전을 벌였다.
9일 이탈리아 언론에 따르면 세르지오 마타렐라 대통령은 8일 벨기에 마흑씨넬르 광산 사고의 61주기를 맞아 희생자들을 추모하며 "이탈리아의 앞선 세대들 역시 이민의 간난신고를 겪었다"고 말했다.
1956년 8월 8일, 벨기에 마흑씨넬르 광산에서는 화재로 262명의 광부가 숨지는 대참사가 일어났고, 희생자 가운데 136명은 이탈리아에서 이주한 광부들이었다.
마타렐라 대통령은 "그들은 가족과 떨어져 살며 고생했고, 열악한 노동 환경에 직면했으며 이민 사회에 완전히 동화되기 위해 분투했다"며 "이는 우리가 다른 나라에서 발견했던 기회를 찾아 오늘날 이탈리아에 온 사람들에 대해 성찰하게 하는 계기가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이민자들에 대한 유럽연합(EU) 차원의 관심과 일관성있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라우라 볼드리니 이탈리아 하원 의장도 "마흑씨넬르 광산 사고로 우리 역시 이민자였음을 기억하게 된다"고 언급했다.
이런 발언들이 전해지자 강경한 난민 정책을 추구하는 극우정당인 북부동맹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마테오 살비니 북부동맹 대표는 "마타렐라 대통령은 과거 이탈리아 이민자들을 현재 이탈리아에서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불법 난민들과 비교했다"며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고 반발했다.
파올로 그리몰디 북부동맹 롬바르디아주 사무총장 역시 "벨기에와 다른 나라들로 이민을 떠난 우리의 윗 세대는 가축우리와 같은 곳에서 살면서 아무런 문제도 일으키지 않은 채 묵묵히 노동을 감내했다"며 "이랬던 우리 이민자들을 호텔에 편히 수용돼 휴대전화와 인터넷이 연결되는 환경을 제공받은 채 하루 종일 빈둥거리는 이탈리아 입국 난민들과 비교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이탈리아는 2014년부터 현재까지 약 60만명의 아프리카, 중동계 난민이 지중해를 건너 몰려들며 난민 부담이 가중되고 있으나, 기아와 가난에 허덕이던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중반까지는 미국과 남미, 서유럽 등으로 대거 이민자를 내보낸 역사를 지니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 역시 20세기 초반 북부 피에몬테주에서 아르헨티나로 이민을 떠난 부모 슬하에서 태어났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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