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탄불=연합뉴스) 하채림 특파원 = '외교 거두'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이 수니파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 궤멸 후 이란의 팽창을 경계했다.
키신저는 최근 정치·외교 전문매체 '캡엑스'에 기고한 글에서 '급진 이란 제국'이라는 표현을 거론하며 시아파 블록 확대 가능성에 우려를 나타냈다고 아랍권 언론 알아라비야 등이 9일 전했다.
그는 기고문에서 IS가 패하고 이란이 그 땅을 점거하게 된다면 새로운 '제국'이 부상하리라 전망했다.
키신저는 현재 IS를 둘러싼 중동정세는 '적의 적은 동지로 여기라'는 옛 격언이 통하지 않고 "적의 적 역시 너의 적일 수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키신저는 "시아파 이란과 수니파 주요국 모두 IS 파괴에 동의하지만 누가 그 땅을 차지해야 하는가? 수니 동맹국인가, 아니면 이란의 영향 아래 있는 세력인가?"라고 질문을 던지고는, "러시아와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가 서로 반대 분파를 지원하기 때문에 답하기 매우 어렵다"고 설명했다.
만약 이란 혁명수비대나 시아파 군대가 IS 점령지를 차지한다면 이란 테헤란부터 레바논 베이루트에 이르는 시아파 영토 벨트가 만들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는 곧 '급진 이란제국의 부상'을 의미할 수 있다고 키신저는 주장했다.
독일에서 태어난 유대계 키신저는 미국 리처드 닉슨과 제럴드 포드 정부에서 국무장관을 역임했으며 베트남전쟁을 종식한 공로로 노벨평화상을 받은 외교가 거두이자 석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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