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연합뉴스) 김 현 통신원 = 버락 오바마 행정부 초대 백악관 비서실장을 지낸 람 이매뉴얼 시카고 시장(민주)이 치밀하게 계산된 이유에서 시카고 시를 '불법 체류자 보호 도시'(sanctuary city)로 선언하고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정책에 반기를 들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9일(현지시간) 시카고 선타임스는 이매뉴얼 시장이 전국구 정치인으로서 이미지를 강화하기 위해 '불체자 보호 도시'를 이슈화한 사실이 그의 개인 이메일들을 통해 드러났다며 상세 배경을 보도했다.
이매뉴얼 시장은 이민 당국의 불체자 단속에 협조하지 않는 도시에 재정지원을 제한키로 한 법무부를 상대로 지난 7일 소송을 제기, 전국적인 관심을 모았다.
선타임스는 "이매뉴얼은 '정치적 목적은 없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그 말이 사실이라면 법무부 제소 이후 사흘 내내 중앙무대 신문·방송에 언론 플레이를 하고 있을 이유가 없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이매뉴얼은 이민자 옹호론자 입장을 취함으로써 '2015년 재선을 앞두고 흑인 절도 용의자 라쿠안 맥도널드(당시 17세)사살 사건을 은폐하려 했다'는 의혹으로 궁지에 몰렸던 정치적 위상을 다시 끌어올리고 전국적인 이미지를 개선하려 한다"고 평했다.
선타임스는 이매뉴얼이 법무부를 상대로 선제 소송을 걸기 석 달 전인 지난 5월, ABC방송 간판 프로그램 '굿모닝 아메리카'와 주말 시사프로그램 '디스 위크'를 진행하는 조지 스테파노풀로스 등에게 직접 이메일을 써 이민에 대한 자신의 입장에 관심을 가져 달라고 당부했다면서 "이매뉴얼과 스테파노풀로스는 빌 클린턴 행정부에서 백악관 정책 보좌관으로 함께 일했다"고 설명했다.
이매뉴얼은 비슷한 당부의 편지를 '월스트리트저널' 칼럼니스트 페기 누난, '애틀랜틱' 편집장 제프리 골드버그, 뉴욕타임스 워싱턴 지국장 카를 휼스, 칼럼니스트 데이비드 브룩스, 블룸버그·MSNBC 소속 마크 핼퍼린 등에게도 보냈다.
선타임스는 "이매뉴얼이 이민자를 위한 투사처럼 굴고 있으나, 사실 이민정책은 그의 정치 경력 내내 문제가 됐던 이슈"라며 "클린턴 전 대통령 정책보좌관 시절 '불법 이민자들에 대해 더 강경해져야 한다'고 조언하는 등 보수파 제프 세션스 법무장관과 다르지 않은 주장을 펼쳤다"고 전했다.
이어 "오바마 행정부 비서실장일 당시 히스패닉계 루이스 구티에레스 연방 하원의원(민주·일리노이)은 '이매뉴얼이 이민개혁을 가로막고 있다'고 비난했으며, 오바마가 히스패닉계에 대한 선거 공약을 지키지 않은 원인을 이매뉴얼에게 돌린 바 있다"고 밝혔다.
이매뉴얼은 백악관을 나와 시카고 시장에 당선된 이후에도 오바마 '대타'로 민주당 주요 행사의 기조연설을 하는 등 전국구 정치인 입지를 다져 2016 대권 도전설에 불을 지핀 바 있다.
선타임스는 "이매뉴얼이 민주당 지지 성향의 시카고에서 트럼프에 맞서며 이민자 권리 옹호자 노릇을 하는 것은 시카고의 당면 문제에 대한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리는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며 "살인율 증가, 재정위기, 교직원 대량 해고 등에 대해 질문을 받는 대신 트럼프와 세션스 반대 의견만 개진하고 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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