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진 고법부장 감봉 4개월·고영한 前처장 보직사임·임종헌 前차장 퇴직
(서울=연합뉴스) 임순현 방현덕 기자 = 일선 판사들의 사법개혁 관련 학술대회를 연기·축소하라는 압력을 행사해 징계에 회부된 이규진(55·사법연수원 18기) 전 대법원 양형위원회 상임위원(고등법원 부장판사)이 감봉 징계를 받았다.
대법원은 최근 법관 징계위원회를 열고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받는 이 전 상임위원에게 감봉 4개월의 징계를 내렸다고 10일 밝혔다. 감봉 조처를 받으면 월급의 3분의 1이 삭감 지급된다.
판사는 법관징계법에 따라 정직이나 감봉, 견책 등의 징계를 받는다. 헌법상 법관의 지위가 보장돼 탄핵당하지 않는 이상 파면이나 해임 징계는 없다.
앞서 대법원은 지난 4월 24일 이 전 상임위원의 보임을 해제하고, 사실상 직무정지에 해당하는 무보직 '사법연구' 인사를 발령한 바 있다. 징계위는 기존 몇 개월간의 무보직 인사 처분 등을 고려해 징계 수위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상임위원은 올해 초 법원 내 최대 학술모임인 국제인권법연구회가 대법원장의 인사 등과 관련해 준비 중인 학술대회를 미루거나 축소하라고 후배 판사를 압박한 것으로 조사됐다.
대법원 공직자윤리위원회는 이 전 상임위원의 행위가 적정 수준을 넘어섰다고 판단해 징계를, 고영한 당시 법원행정처장에게는 주의 조치를 각각 대법원장에게 권고했다.
앞서 관여 의혹이 제기됐던 임종헌 전 행정처 차장은 퇴직했다. 고 처장은 관리·감독 책임을 지고 처장 보직에서 사임했다. 이 전 위원도 징계를 받아 이른바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에 대한 대법원의 조처는 사건 발생 약 반년 만에 일단락됐다.
이번 사태는 전국 판사들의 대의기구인 '전국법관대표회의'(판사회의)의 신설로 이어지며 대법원장에게 쏠려 있던 사법 권력의 중심추를 움직이고 사법개혁의 밑바탕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진상조사 도중 '사법부 블랙리스트'가 존재한다는 추가 의혹이 제기되면서 일부 판사들이 재조사를 통한 규명 필요성을 제기했다. 그러나 법원 진상조사위원회는 이 의혹이 '사실무근'이라고 결론 내렸다.
전국법관대표회의(판사회의)는 다음 달 11일 이 문제를 포함한 사법개혁 안건을 논의하는 3차 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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