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공약 후퇴하나…절대평가·고교학점제·자사고 '소걸음'

입력 2017-08-10 15:47   수정 2017-08-10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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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공약 후퇴하나…절대평가·고교학점제·자사고 '소걸음'

수능 4과목 절대평가 유력…2021학년도 대입때도 성취평가제 시행 어려워

자사고 폐지도 신중 모드…"계획대로 이행…현장 목소리 경청 단계"



(서울=연합뉴스) 공병설 기자 = 10일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개편 시안이 공개되자 문재인 정부의 교육개혁 공약이 상당 부분 후퇴하거나 속도조절에 나선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수능 절대평가는 고교 학점제, 고교 내신 성취평가제(절대평가제)와 함께 문 대통령이 후보시절부터 교육개혁을 위한 대표 공약으로 추진해왔다.

이날 공개한 수능 개편 시안은 7개 시험과목 가운데 영어, 한국사, 통합사회·통합과학, 제2외국어/한문 등 4과목을 절대평가하는 '1안'과 전 과목을 절대평가하는 '2안'으로 구성됐다.

교육부가 후보안 중 하나로 검토했던 '공통과목 위주 수능의 전 과목 절대평가안'은 아예 빠져 있다.

공통과목 절대평가 수능안은 국어, 수학, 영어, 한국사와 통합사회, 통합과학 등 6개 과목만 치르고, 모든 과목을 절대평가하는 안이다. 출제범위도 고1 수준으로 한정했다.

소모적인 무한경쟁을 지양하고 시험 부담을 줄이겠다는 정부 공약과 이를 설계한 김상곤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의 교육철학에 가장 부합하는 안으로 여겨졌지만, 검토 과정에서 결국 없던 일이 됐다.

남은 2가지 안 중에서도 일부 과목만 절대평가하는 1안에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교육부는 "상대평가가 학생들 간 무한경쟁을 부추긴다는 분명한 공감대가 있지만 범위를 두고는 이견이 적지 않다"며 "사회적 합의를 위해 2가지 안을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서로 맞물려 있는 고교 학점제와 성취평가제 시행 여건 또한 여의치 않다.

성취평가제는 개편된 내용으로 치러지는 2021학년도 대학입시 때도 시행이 어려울 전망이다.

박춘란 교육부 차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성취평가제는 고교학점제 도입과 연계해 올해 안에 발표할 계획이지만, 2021학년도 수능의 경우 (성취평가제를 시행하지 않고) 현행대로 가져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성취평가제는 현재 일선 고교에서 일부 시행되고 있지만 학교에서 참고자료 성격으로 쓰일 뿐 대입 전형에는 반영되지 않고 있다.

학교에서는 성적표에 과목별 등급과 함께 A, B, C, D 형태의 개인 성취도가 표기되지만 대입 전형 때는 상대평가로 매긴 등급 성적이 제출된다.

성취평가제는 고교학점제의 전제 조건으로 불릴 정도로 두 사안은 밀접히 연관된다.

고교 학점제는 고등학교에서도 대학처럼 학생들이 원하는 과목을 골라 듣고 일정 학점을 이수하면 졸업하는 제도다.

학생들끼리 서로 경쟁하기보다는 개개인의 적성과 소질에 따라 맞춤형 수업을 듣고, 학점 연계를 통해 학교 간의 벽을 허무는 게 핵심이다. 학교 서열화 완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이수학점을 충족하면 3년을 채우지 않고 졸업할 수도 있어 발전하면 고교 무학년제로도 이어진다.

이처럼 각자 다양한 수업을 골라 들을 수 있는 고교 학점제의 성공을 위해서는 줄세우기식으로 순위를 매기는 내신 상대평가가 아니라 성취평가제의 안정적 시행이 선행 요건으로 꼽힌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내년부터 고교 학점제 연구학교를 지정해 시범 적용하고 제도를 보완해 2022년에 전면 도입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교육부 관계자는 "고교 학점제는 아직 개념 같은 부분을 정리하고 있다"며 "단기간에 실행하기보다는 성취평가제 반영 범위, 시점과 연계해서 효율적으로 추진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공약에도 포함된 자사고·외고 등 폐지 방침도 정부 출범 초기와 분위기가 달라졌다. 일괄 폐지보다는 점진적, 단계적 폐지에 힘이 실리는 모양새다.

김 부총리도 폐지 방식과 시기에 관해 "국가교육회의 등을 통해 의견 수렴을 거치겠다"며 "폭넓게 검토하고 현장 교사들의 다양한 의견을 모아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수능 절대평가와 고교 학점제, 성취평가제 시행 등이 애초 목표보다 범위가 축소되거나 시기가 늦춰지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잇따르자 교육부는 손사래를 쳤다.

교육부 관계자는 "공약 후퇴가 아니라 계획대로 이행하고 있다"며 "다만 이해관계자 집단을 비롯해 현장의 목소리를 경청하면서 여론을 수렴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ko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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