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계 반발…교황에 대사 부임 거부 요청
(서울=연합뉴스) 유영준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뉴트 깅리치 전 하원의장의 부인인 칼리스타 깅리치 여사(51)를 새로운 교황청(바티칸) 대사로 지명한 데 대해 논란이 일고 있다.
깅리치 전 하원의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정계 입문과 대통령에 오르는 과정에서 핵심 지원역할을 한 최대 공신 가운데 한 사람으로 그의 부인을 대사로 임명한 것은 전형적인 보은인사로 꼽히고 있다.
문제는 이들 부부의 결혼 과정이다. 두 사람은 한 사람은 하원의장으로, 한 사람은 하원 서기로 일하면서 관계를 맺게 됐다.
그러나 깅리치 의장이 그녀와 혼외 관계를 맺을 당시 그는 둘째 부인과 결혼한 상태였으며 결국 6년간의 혼외 관계 끝에 칼리스타는 23세 연상인 깅리치의 3번째 부인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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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가톨릭에서 죄악으로 간주하는 간통을 범한 여성을 바티칸의 미국 대표로 파견해야 하는가에 대해 논란이 일 수밖에 없다.
가톨릭 신도가 수천만에 달하는 가톨릭 대국 미국의 '얼굴' 격인 대사가 하필 가톨릭의 가치관과 배치되는 인물이어야 하는지에 대한 논란이다.
칼리스타 여사는 현재 상원 외교위원회에서 인준청문회 절차를 진행 중이다. 그의 자질에 대한 논란에도 불구하고 다수파인 공화당 의원들의 지원으로 인준청문회 통과할 전망이다.
미 가톨릭계가 발끈하고 나섰다.
오바마 행정부에서 국무부 부(副)차관보와 해외 대사를 역임한 데니얼 베어는 9일 포린폴리시(FP) 기고를 통해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칼리스타 대사 부임을 거절하도록 요청했다.
바티칸 미 대사관은 규모는 크지 않으나, 그곳 대사는 미 대통령뿐 미국의 수천만 가톨릭 신도들을 대변하는 지위인 만큼 역사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해왔다고 그는 지적했다.
베어는 정교분리 원칙에도 불구하고 바티칸 대사는 정치적 자질뿐 아니라 가톨릭 신도들과의 유대에서도 신뢰성이 기반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그러나 미국 내 보수계 인사들조차도 그의 대사 자격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앞서 2015년 초 당시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이 임명한 바티칸 주재 프랑스 대사의 부임을 거부했다. 이유는 그가 동성애자(게이)였기 때문이다.
로랑 스테파니니 대사 지명자는 앞서 바티칸 대사관에서 차석대사를 지내는 등 뛰어난 경력을 갖고 있었음에도 프란치스코 교황으로부터 거부당했다.
올랑드 정부는 1년 동안 바티칸과 다툼을 벌이다 결국 그를 다른 부임지로 보냈다.
베어는 이러한 전례를 지적하면서 만약 칼리스타를 대사로 받아들이면 '게이'와 '간통'을 차별하는 것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게이는 거부하면서 간통은 용인하면 프란치스코 교황이 평소 도덕률에서 강조해온 일관성의 원칙이 훼손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내 언론들도 칼리스타의 대사 임명에 대체로 부정적이다.
워싱턴포스트(WP)의 칼럼니스트 데이너 밀뱅크는 트럼프 대통령의 칼리스타 대사 임명은 프란치스코 교황에 대한 모독이라고 규정하면서 남편인 깅리치 전 의장이 부인 덕택에 국민 세금으로 로마 유람을 하게 됐다고 혹평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과연 '혼외' 전력 대사를 용인할지 주목거리이다.
yj378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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