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시노 '굴뚝마을의 푸펠' 한국 출간…크라우드펀딩에 1만 명 동참
(서울=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 "굴뚝 마을은 굴뚝이 너무 많아서 하늘을 모르는 사람들이 사는 곳입니다. 연기로 가득 차 있어서 사람들은 하늘도, 별도 몰라요. 그래서 위를 올려다본 사람들도 없죠."
10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의 서점 홍대던전에서 만난 일본 개그맨 니시노 아키히로(西野亮廣·37)의 머리는 막 굴뚝에서 빠져나온 듯 매우 부스스했다.
개그맨 콤비 '킹콩'으로 연예계에 데뷔한 니시노의 다른 직업은 동화작가다.
'닥터 잉크의 별과 하늘의 시네마' '오르골 월드' '집 앤 캔디~ 로봇들의 크리스마스~' 등 동화책을 이미 3권이나 펴냈다.
이번에 국내에 번역돼 출간된 '굴뚝마을의 푸펠'(소미미디어 펴냄)은 굴뚝마을에 사는 소년 루비치와 그 앞에 나타난 '쓰레기 사람'의 이야기다.
사람들은 냄새가 고약하고 모양도 흉측하다는 이유만으로 '쓰레기 사람'을 따돌리고 못살게 군다.
아버지를 여의고 어머니와 살던 루비치가 '쓰레기 사람'의 유일한 친구였지만, 악당들의 괴롭힘에 그를 멀리하려 한다.
한동안 자취를 감췄던 '쓰레기 사람'이 다시 등장, 루비치의 손을 이끌고 굴뚝 마을 누구도 가보지 않았던 하늘 위로 간다.
밤하늘 배달부의 실수로 심장이 쓰레기 더미에 툭 떨어지면서 '쓰레기 사람'이 탄생했다는 설정 등 창의력이 돋보이는 동화다. 무엇보다 하늘로 올라간 '쓰레기 사람'과 루비치에게 벌어진 이야기는 가슴을 찡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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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시노는 이날 진행된 '작가와의 대화'에서 "큰 모험을 하는 사람들은 비난과 비판을 받고, 새로운 가치관을 제시한 사람들은 상식만 가진 사람들에게 많은 공격을 받기 마련"이라면서 "그런 사람들을 응원하기 위해서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그 또한 동화작가로 활동하기 시작하면서 개그맨이 왜 동화책을 그리느냐는 비판을 많이 받았다고 한다.
특별손님으로 자리한 개그맨 김준호가 "나도 3년에 한 번 정도 앨범을 내는데 노래도 못 하면서 왜 앨범을 내느냐는 비판을 많이 받는다"고 한탄해 작가와 청중의 폭소를 자아냈다.
'굴뚝마을의 푸펠'이 일본에서 큰 반향을 낳은 이유는 그를 포함해 35명의 작가가 함께 작업한 프로젝트로 탄생했기 때문이다.
분업 프로젝트를 이끈 니시노는 "그림책은 보통 혼자서 만든다고들 생각하는데, 사실 세상의 많은 것들은 분업으로 이뤄지지 않느냐"고 말했다.
"그림만 해도 캐릭터 디자인을 잘하는 사람이 있을 테고, 색칠을 잘 하는 사람이 있잖아요. 하늘을 잘 그리는 사람이 있나 하면, 숲을 잘 그리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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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는 동화가 5천 권에서 1만 권 정도 팔리면 많이 팔린다고 볼 정도로 시장이 작다. 그만큼 수익이 나지 않기에 분업이 어려운 점도 있다.
출판사들이 '그림책 분업제' 아이디어에 난색을 보이자, 그는 소셜 크라우드 펀딩이라는 해결책을 생각해냈다. 당초 600만 엔을 목표로 시작한 크라우드 펀딩은 1천만 엔을 훌쩍 넘겼다.
니시노는 "'굴뚝마을의 푸펠'은 (펀딩에 참여한) 1만 명이 함께 만든 책"이라면서 책 출간 시 참여자들에게 보내는 계획을 잡았기에 예약 단계부터 1만 부가 팔린 셈이었다고 설명했다.
이들을 통해 또 입소문이 난 책은 30만 부가 넘게 팔리면서 일본 내 베스트셀러가 됐다. 판매에 주력한 것이 아니라 '만드는 사람들을 늘리자'는 생각으로 탄생한 책이라는 점에서 저작권도 자유롭게 했다고 니시노는 설명했다.
책은 2019년 개봉을 목표로 극장용 애니메이션으로도 만들어진다.
1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유쾌한 기운을 마음껏 발산한 니시노는 "개봉일을 디즈니 영화에 맞춰서 한번 붙어볼 생각"이라고 외치면서 행사를 마무리했다.
유소명 옮김. 92쪽. 1만7천800원.
ai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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