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감각의 미래'
(서울=연합뉴스) 이웅 기자 = 짠맛, 단맛, 신맛, 쓴맛 외에 인간이 인식하는 제5의 맛인 우마미(umami)의 존재가 널리 알려진 건 최근이다.
우마미는 감칠맛으로 번역하는데, 이미 한 세기 전인 1908년 일본 이케다 기쿠나에 박사에 의해 발견돼 오늘날 'MSG'(글루탐산나트륨)로 불리는 조미료로 제품화됐다. 우마미가 실존하는 맛의 기본입자로 인정받은 건 2000년 사람의 혀에서 관련 수용체를 찾아낸 뒤다.
우마미의 등장은 인간의 오감(미각·후각·시각·청각·촉각)을 절대적이고 고정적인 체계로 간주하던 기존의 상식을 흔들었다. 맛의 세계가 생각했던 것보다 크다는 사실을 깨달은 맛의 연구자들은 현재 곳곳에서 제6의 맛을 찾고 있다.
신간 '감각의 미래'(흐름출판 펴냄)는 인간의 새로운 감각 영역을 탐험하고, 인간의 인식에 대한 지평을 확장해 나가는 현대 인지과학의 최첨단을 살핀다.
저자이자 미국 과학 전문 칼럼니스트인 카라 플라토니는 3년간 4개국의 신경과학자, 공학자, 심리학자, 유전학자, 외과의사, 피어싱 기술자, 트랜스휴머니스트(삶의 질 개선을 위한 신체개조 옹호자), 미래학자 등 수많은 전문가를 인터뷰했다.
이를 통해 인간이 세상과 접촉하는 통로인 오감과 초감각적 인식 대상인 시간, 고통, 감각에 대한 선도적이고 창의적인 연구들의 성과를 탐색한다.
우마미의 뒤를 이을 제6의 맛의 유력한 후보인 지방맛, 칼슘맛, 코쿠미(깊은맛)에 대한 연구, 알츠하이머병 환자들을 냄새로 치료하려는 후각 테라피 연구, 신체적 고통과 감정적 고통을 통합하려는 연구, 뇌의 신호를 판독해 최초의 감각적 자극을 추적하는 연구 등을 상세히 다룬다.
책은 인간의 감각과 감정, 인식을 좌우하는 환경이자 변인으로서 문화와 언어의 역할에 주목한다. 우리의 뇌는 외부 자극으로 촉발된 감각과 감정을 문화적인 범주화와 언어에 의한 개념화 과정을 거쳐 처리하기 때문이다.
우리의 눈은 전자기 스펙트럼 중 400~700㎚(나노미터)의 가시광선만 볼 뿐 자외선, 적외선, 감마선, X선은 볼 수 없고, 귀는 20~200㎐(헤르츠) 범위의 주파수만 들을 수 있다.
책은 이 같은 한계를 뛰어넘어 인간의 감각을 확장하려는 모험가, 이른바 '바이오해커'들의 다양한 실험과 통찰을 전한다. 바이오해커는 사람의 감각 정보를 파악해 통제하고 변형하는 사람들을 가리킨다.
바이오해커들은 신체를 개조하고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같은 신기술을 이용해 틀지어진 감각으로부터 탈출을 감행한다. 각종 웨어러블(착용형) 기기를 이용하고 카메라가 장착된 인공눈이나 자석을 이식받기도 한다.
상어나 가오리는 전기를 감지해 주변 환경을 탐지하고, 철새나 나비, 바다거북, 박테리아는 지구를 감싸고 있는 자기장을 감지할 수 있는 체내 나침반을 갖고 있다.
손에 작은 자석을 이식받은 사람들은 금속성과 미세한 전류, 다른 자석의 끌림 등을 느낄 수 있다고 한다. 사실 자석 이식은 감각을 탐구하기 위한 신체 해킹의 첫 번째 관문이라고 할 만큼 바이오해커들 사이에선 보편화된 시도다.
인간에게 자기장을 감지하는 타고난 기관은 없지만, 뇌가 자기장으로 인한 자극을 인식하는 새로운 능력을 배울 수 있다면 자기 감지력을 제6의 감각으로 봐야 한다는 게 바이오해커들의 생각이다. 이는 인간의 진화를 의미할 수 있다.
저자는 "인간 이상의 존재, … 인간의 한계를 넘어서는 뭔가를 경험할 수 있는 존재가 되고 싶어하는 것.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인간다운 바람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계속 우리의 한계를 향해 나아간다"고 말한다.
박지선 옮김. 460쪽. 1만9천원.
abullapi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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