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국제인권규약 위반"…1991년 이후 7차례 합헌 결정
(수원=연합뉴스) 최종호 기자 = 이적표현물을 소지하거나 유포할 수 없도록 한 국가보안법 조항에 대해 법원이 헌법재판소에 위헌 여부를 가려달라고 청구했다.
수원지법 형사11단독 김도요 판사는 국가보안법 위반(찬양·고무 등) 혐의로 기소된 이모(54)씨 등 4명이 국가보안법 7조 1항과 5항에 대해 낸 위헌법률심판제청 신청을 받아들여 헌재에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고 11일 밝혔다.
국가보안법 7조 1항은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점을 알면서 반국가단체나 그 구성원 또는 그 지령을 받은 자의 활동을 찬양·고무·선전하거나 동조하고 국가변란을 선전·선동한 자는 7년 이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5항은 '1항·3항 또는 4항의 행위를 할 목적으로 문서·도화 기타의 표현물을 제작·수입·복사·소지·운반·반포·판매 또는 취득한 자는 그 각 항에 정한 형에 처한다'고 돼 있다.
이씨 등은 2006년 다른 사람으로부터 자신의 이메일 계정으로 4건의 이적표현물 문서 파일을 전송받은 뒤 이듬해 1월 또 다른 사람의 이메일로 보내는 등 이들 조항을 위반한 혐의로 2011년 재판에 넘겨져 6년째 1심 재판을 받고 있다.
이들은 지난달 국가보안법 7조 1항과 5항이 "헌법상 표현·양심의 자유 등을 부당하게 침해하고 유엔의 시민적·정치적 권리위원회 권고, 우리나라가 가입한 시민적·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에 위반된다"며 재판부에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했다.
김 판사는 제청 결정문에서 "이 사건 법률조항은 죄형법정주의, 명확성의 원칙, 과잉금지 원칙에 위배해 표현과 양심의 자유를 침해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고 판시했다.
이어 "우리 헌법에 따른 표현의 자유 보호가 보편적인 인권을 보호하려는 국제법이 요구하는 정도에 미치지 못하는 것이 아닌가 깊이 성찰해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유엔 인권협약기구인 시민적·정치적 권리위원회는 지난 2015년 "단지 사상이 적국의 것과 일치하거나 적국에 대한 공감을 초래한 것으로 여겨질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사상의 표현을 제한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의견을 표명하는 등 우리 정부에 국가보안법 7조 폐지를 수차례 권고한 바 있다.
김 판사는 이번 위헌법률심판제청의 재판규범으로 헌법과 함께 유엔이 1966년 채택한 국제인권규약인 시민적·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을 꼽았다.
이 규약은 19조에서 '모든 사람은 간섭을 받지 않고 의견을 가질 자유가 있다', '모든 사람은 표현의 자유에 관한 권리가 있다'고 규정하는 등 표현과 양심의 자유에 대해 다루고 있다. 우리나라는 1990년 4월 이 규약을 비준, 같은 해 7월 발효했다.
김 판사는 "해당 조항의 찬양·고무·선전 또는 이에 동조하거나 국가변란을 선전·선동하는 행위는 북한의 주장이나 사상과 유사하거나 동일한 표현행위의 거의 전부를 포괄하고 있어 광범위하고 추상적, 주관적"이라며 헌법과 이 규약에서 규정한 표현·양심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해당 조항의 구성요건은 일반인에게 자기검열에 의한 위축 효과를 부르고 '사상의 시장'에 나왔더라면 도태되었을 만한 표현의 내용이 음지에서만 유통돼 오히려 '권력으로부터 억압받는 사상'의 가면을 쓰고 잔존할 수 있게 됨으로써 표현의 자유가 의도하는 민주주의 발전을 저해시킨다"고 밝혔다.
이번 제청 결정으로 국가보안법 7조는 법이 일부 개정된 1991년 이후 8번째 위헌법률심판을 받게 됐다. 앞서 이뤄진 7차례 심판에서는 모두 합헌 결정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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