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염물질이 씨가 돼 수분 쟁탈전, 개별 물 입자 크기 작아져
입자 작으면 상승기류 쉽게 타 적란운 발생 유도
(서울=연합뉴스) 이해영 기자 = 대도시에 내리는 게릴라성 호우에는 자동차와 산업시설의 배기가스 등 대기오염물질이 영향을 미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NHK에 따르면 일본 방재과학기술연구소는 도쿄(東京) 상공에서 발생하는 구름의 물 입자 크기가 세계 평균보다 작아 소나기구름으로 불리는 적란운이 발달하기 쉽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방재연구소는 도쿄의 랜드마크인 도쿄 스카이 트리 상층부 높이 458m 지점에 관측시설을 설치해 상공에서 발생하는 구름의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다. 고정된 지점에서의 구름관측은 산꼭대기 등에서 이뤄지는 게 일반적이다. 도시 상공에서의 구름관측은 세계적으로도 예가 없다고 한다.
연구소가 지난해 6월부터 12월 말까지 6개월간 관측한 구름 속의 물 입자는 평균 직경이 7.3 마이크로미터였다. 이는 세계 육지 구름에 포함된 물 입자의 평균 직경 8.2 마이크로미터에 비해 10% 정도 작은 것이다.
하늘에서 물 입자가 생기기 위해서는 씨(核)가 될만한 뭔가의 미립자가 있어야 한다. 연구팀은 도시 상공에는 자동차 배기가스 등 대기오염물질의 미립자가 대량 떠다니고 있어 각각이 핵이 돼 공기 중의 수분 쟁탈전을 벌이는 바람에 입자 하나하나의 크기가 작아진 것으로 보고 있다.
물의 입자가 작아지면 상승기류를 타기 쉽게 된다. 이렇게 되면 구름 속에 대량의 수분이 축적돼 적란운이 발생하기 쉽게 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연구팀은 이런 관측결과를 토대로 도시부에서 국지적으로 많은 비가 쏟아지는 이른바 게릴라성 호우에 대기오염물질이 박차를 가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연구팀의 미스미 료헤이 연구원은 "대기 중에 포함된 미립자가 강우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생각한다"면서 "도시부에서 발생하기 쉬운 호우를 정확히 예측하기 위해 관측을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국지적 호우 횟수는 전국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일본 기상청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1시간에 50㎜ 이상의 매우 강한 비가 내린 횟수는 지난 10년간 연평균 230회였다. 이는 40년 전부터의 10년간 평균 횟수의 1.3배에 해당한다. 1시간에 80㎜ 이상 쏟아지는 폭우 횟수도 지난 10년간 연평균 18회로 1.6배로 늘었다.
lhy5018@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