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아 사망사건·개 농장주 사건 등의 판결에 불만 표출
(인천=연합뉴스) 손현규 기자 = 최근 법원 판결에 불만을 나타내며 집단으로 의사를 표시하는 행위가 잇따르고 있다.
탄원서를 낼 뿐 아니라, 항의 집회나 판결 파기 운동을 벌이는 등 법원을 상대로 직접 행동하는 추세다.
13일 인천지법에 따르면 부주의로 분만 중 독일인 산모의 태아를 숨지게 한 혐의(업무상과실치사)로 재판에 넘겨진 의사 A(42·여)씨가 올해 4월 금고 8월을 선고받았다.
A씨는 2014년 11월 25일께 인천의 한 산부인과에서 독일인 산모 B(38)씨의 분만을 돕던 중 태아의 심장박동수가 5차례나 급격히 떨어지는 상황에서 제대로 조치하지 않고 방치해 심정지로 태아를 숨지게 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B씨는 진통이 시작된 후 통증을 완화하는 '무통 주사'를 맞았고 이후 태아의 심장박동수가 떨어졌지만, A씨는 1시간 30분가량 산모와 태아의 상태를 검사하는 등의 의료 조치는 하지 않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해당 재판부는 "정상 임산부도 진통이 있을 때 30분 간격으로 태아 심장박동을 측정하는 게 의학적으로 권고된다"면서 "이미 태아 심장박동 수가 급격히 떨어지는 증세가 5차례나 발생해 특별한 주의나 관찰이 필요한 산모와 태아를 1시간 30분가량 방치한 업무상 과실이 인정된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이 판결 사실이 알려지자 대한의사협회는 산부인과 의사라면 누구나 경험할 수 있는 이번 사건의 책임을 의사에게 돌리는 것은 부당하다며 반발했다.
같은 달 말 서울역에서 의사 1천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전국 산부인과 의사 긴급 궐기대회'를 열었다.
대한의사협회는 의사 8천여 명의 탄원서를 받아 인천지법 항소심 재판부에 제출했다.
인천지법은 또 지난달 개 30마리를 묶어 놓고 전기가 흐르는 쇠꼬챙이로 도살해 학대한 혐의(동물보호법 위반)로 기소된 개 농장주 C(65)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C씨는 2011년부터 지난해 7월까지 경기도 김포의 한 개 농장에서 끈으로 묶어 놓은 개 30마리를 도살해 학대한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전기가 흐르는 쇠꼬챙이를 개의 주둥이에 갖다 대 감전시키는 이른바 '전살법'으로 도살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재판부는 C씨가 사용한 전살법이 동물보호법상 잔인한 방법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동물보호법 8조의 '잔인한 방법으로 죽이는 행위'의 예시로 목을 매다는 것만 있을 뿐 '잔인한 방법'에 대한 구체적인 판단 기준이 없다"며 "동물을 죽이는 행위는 그 자체가 어느 정도 잔인성을 내포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잔인'이라는 개념을 지나치게 넓게 해석하면 처벌 범위가 무한정 확장될 우려가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자 동물보호단체들은 이 판결에 반발하며 무죄 파기를 촉구하는 서명운동에 돌입했다.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 동물 유관단체협의회, 동물자유연대 등은 "인천지법의 무죄 선고는 동물복지 수준을 최악으로 후퇴시킨 희대의 나쁜 판결"이라며 "항소심은 1심 판결을 파기하고 학대 행위자를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경남에서도 지적장애 여중생을 성매매시키고 나체 영상까지 찍은 혐의로 구속기소 된 10대들이 집행유예를 받고 풀려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자 통영시민단체가 기자회견을 열고 해당 판결을 비판했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사법부와 국민 법 감정 사이에 괴리감이 클 때 집단행동이 나타난다고 풀이했다.
법조계 관계자들은 법원의 판결이 신뢰받지 못하고 집단행동으로 이어지는 현상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우려했다.
인천 지역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법관은 재판을 통해 조사한 각종 증거자료, 판례, 피의자 진술 등을 토대로 법 조항에 근거해 피고인의 처벌 여부를 결정한다"며 "주로 상식으로 판단하는 국민의 법 감정과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좀 더 국민에게 다가가는 법원이 되기 위해서는 그 차이를 줄여나가야 한다"며 "법 조항에 지나치게 매몰되면 계속 괴리감이 생길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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