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운동가 후손이 조상 원망하는 일 더는 없어야"

입력 2017-08-14 08:00   수정 2017-08-14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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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운동가 후손이 조상 원망하는 일 더는 없어야"

지난 정권 보훈정책은 안보교육뿐…권현 광복회 이사 인터뷰



(의정부=연합뉴스) 최재훈 기자 = "나라를 위해 모든 것을 바친 유공자에 대한 예우를 뒷전에 밀어놓고 안보교육에만 집중한 보훈정책이 계속된다면, 누가 나라를 위해 목숨을 걸겠습니까."

권현 이사는 대한민국 최초의 여성 비행사이자 독립운동가인 권기옥 지사의 아들이다. 현재는 광복회의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지난 정권 9년간 국가보훈처를 비롯한 정부는 대한민국의 국가 보훈을 퇴행시켰습니다."

광복 72주년을 앞두고 14일 연합뉴스 기자와 만난 권 이사는 독립운동가의 후손이자 광복회 간부로서 지금까지 정부의 보훈정책에 대해 쓴소리를 했다.

광복회에 따르면 지난 정부가 안보교육과 건국절 제정, 국정역사교과서 도입 등에 몰두하는 동안 독립운동가와 그 후손들에 대한 예우와 지원은 상당 부분 줄어들었다.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전에 나라를 위해 헌신하다 돌아가신 순국선열의 후손은 3대까지, 정부 수립 이후 돌아가신 애국지사의 후손은 2대까지 매달 40만원의 예우금이 지급된다. 매년 정부 예산이 편성됐지만, 올해는 전액 삭감된 상태다.

권 이사는 "올해는 광복회와 국가보훈처에서 관리하는 기금으로 예우금을 지급해야 할 사정인데, 기금 규모가 작아 이대로 가면 5년 이내에 예우금을 줄 수 없게 된다"고 설명했다.

2003년부터 독립유공자 후손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운영되던 해외 독립운동 역사 탐방 프로그램도 2014년부터 예산이 대폭 삭감돼 탐방 인원이 100명에서 30명 수준으로 줄었다. 올해 부터는 일반 학생들의 해외 탐방 프로그램으로 바뀌어 운영되며 본래 의의가 퇴색됐다.

권 이사는 "지난 정부 보훈처는 보훈이라는 본래 임무는 망각하고 국방부에서 해야 할 안보교육에만 집중했다"며 "독립운동가 후손들이 '왜 우리 조상은 독립운동을 해서 집안을 망하게 하고 후손인 나를 못살게 만들었냐'며 한탄하고 다닌다"고 비판했다.

지난해 광복절을 앞둔 8월 12일에는 광복군 출신 원로 독립유공자인 김영관(92)지사가 청와대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면전에서 "8월 15일을 건국절로 하자는 주장은 역사를 외면하는 처사"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권 이사는 새 정부가 이러한 상황을 인식하고, 독립운동가와 그 후손에 대한 예우를 회복시켜주길 간곡히 호소했다.

그는 "보훈처가 장관급 기구로 격상되고, 국정 과제에 '국가를 위한 헌신을 잊지 않고 보답하는 나라' 항목이 포함돼 국가 유공자들이 크게 기대를 하고 있다"며 "문재인 정부가 독립운동 유공자와 그 후손들이 자긍심을 잃지 않고 살아갈 수 있도록 해 주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권현 이사의 어머니인 권기옥(1901∼1988)지사는 일제 강점기 평남도청 폭파사건에 관여한 혐의로 일제에 쫓기다 1920년 중국에 망명했다. 조선총독부를 공중에서 폭파하겠다는 생각으로 중국 원난육군항공학과에 입학한 권 지사는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비행사로 기록됐다.




해방 이후 초창기 군 조직과 공군 창설에 이바지한 권 지사는 1977년 대한민국 건국훈장 국민장 (1990년 독립장으로 조정)을 받았다.

jhch793@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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