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황금'에서 '하얀석유' 시대로…전기車 덕에 리튬·코발트↑

입력 2017-08-13 07:19  

'검은황금'에서 '하얀석유' 시대로…전기車 덕에 리튬·코발트↑

리튬값 고공행진·코발트 역대 최고가…니켈·구리·알루미늄도 오름세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전기자동차가 주목을 받으면서 에너지 원자재에도 세대교체의 바람이 불고 있다.

과거 중동 산유국들이 세계 경제를 쥐락펴락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자 '검은 황금'이라고 불리던 원유는 저유가의 늪에 빠진 지 오래다. 이제는 전기차 배터리에 필요한 비철금속 원자재들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테슬라에 이어 전통 자동차기업까지 속속 전기차 개발에 관심을 기울이는 가운데 리튬이온 배터리의 필수재인 리튬은 '하얀 석유'라는 별명까지 얻었고 니켈과 코발트도 엄청난 특수를 누리고 있다.


전기차에 탑재하는 배터리의 핵심 원료는 희귀 금속인 리튬이다.

리튬은 테슬라가 2012년 리튬이온 배터리를 장착한 전기차 '모델S'로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으면서 가격이 급등했다.

13일 한국광물자원공사 자원정보서비스(KOMIS)에 따르면 이달 둘째 주 탄산리튬 주간 가격은 1㎏당 126위안(약 2만2천원)으로 1년 만에 최고로 올랐다.

연초 대비로는 11.5% 상승한 가격이다.

탄산리튬 가격은 2015년 초까지만 하더라도 ㎏당 30위안대에 거래됐지만 최근 2년 사이에 가격이 껑충 뛰었다. 지난해 4월에는 143위안을 기록했고 1년 넘게 110위안 아래로 떨어지지 않고 있다.

이 가운데 리튬광산을 탐사·개발하거나 배터리를 생산하는 기업들의 실적을 추종하는 '솔랙티브 글로벌 리튬 지수'도 지난 7일 6년 만에 최고치인 120.36까지 올랐다.

현재는 116.25로 주춤하지만, 여전히 연초 대비 27.4% 급등한 상황이다.

공급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앞으로도 리튬의 고공행진은 멈추지 않을 전망이다.

금속·광물 리서치업체 로스킬은 리튬이온 배터리 시장이 2025년까지 연간 14%씩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전기차 배터리의 또 다른 주요 소재인 코발트 가격은 역대 최고가를 기록했다.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코발트 3개월물 가격은 올해 6월 말 사상최고가인 t당 5만9천750달러로 집계됐다.

이후 등락을 거듭하며 이달 11일 5만6천750달러로 마쳤다. 지난해 2월 코발트 선물 가격이 2만2천750달러에 불과했던 것을 고려하면 1년 반 만에 가격이 2배 이상 뛴 것이다.

이외에도 니켈, 구리, 알루미늄 등 전기차에 쓰이는 원자재들이 오름세를 보였다.

LME 니켈 3개월물 가격은 10일 t당 1만985달러를 기록했다.

3월 가격에는 조금 못 미치지만, 연저점인 6월 12일 이후 두 달 만에 24.9% 급등한 가격이다.

구리 3개월물 가격은 8일 t 당 6천480달러로 지난해 5월 이래 1년 3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알루미늄 3개월물 가격은 11일 t당 2천42.5달러로 마감해 2014년 11월 이후 1년 9개월 만에 최고였다.


이처럼 전기차 관련 원자재가 일제히 오르게 된 것은 자동차 업계의 판도가 바뀌었기 때문이다.

신생 자동차사 테슬라는 빠르고 멋진 전기자동차를 내세워 급성장했고 올해 2분기에는 포드와 제너럴모터스(GM)를 제치고 미국 시가총액 1위 자동차업체로 우뚝 서기도 했다.

이 영향으로 전통 자동차업체들도 속속 전기차 사업에 뛰어들었다. 볼보는 2019년부터 전기차만 생산하겠다고 밝혔다. 디젤 게이트로 홍역을 앓았던 폴크스바겐도 전기차에 각별한 관심을 보인다.

국가별로는 대기오염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중국이 전기차에 각종 혜택을 더하며 전기차 사업을 육성 중이다.

프랑스는 2040년까지 모든 휘발유와 경유 자동차 국내 판매를 중단하겠다고 밝혔고 노르웨이는 휘발유와 디젤 차량 판매를 2025년까지 중단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인도 역시 2030년까지 모든 시판 차량을 전기차로 바꾸겠다고 야심 찬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시모나 감바리니 캐피털이코노믹스 원자재 이코노미스트는 "코발트와 리튬과 같은 금속에 큰 영향을 미쳐 최근 몇년 동안 가격이 크게 오르는 것을 이미 지켜봤다"며 "일부 금속에는 완전히 판도가 달라지는 일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heev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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