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비용 구조 앞세워 저금리 대출 영업…리스크 관리 관건
카뱅·케뱅 증자 추진…일본 인터넷은행은 수년 걸려 적자 탈출
(서울=연합뉴스) 이 율 이세원 기자 = 정부는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 외에 인터넷 전문은행의 추가 설립을 유도한다는 방침이지만 이들 은행이 제대로 돈을 벌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권에서는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는 단시간에 많은 고객을 끌어모으는 데 성공했으나 수익성에 관해 단언하기는 이르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들 은행이 저비용 구조 덕분에 시중은행보다 고객에게 유리한 금리의 상품을 내놓을 수 있었다.
BNP파리바는 미국의 인터넷 전문은행이 1달러의 수익을 내는 데 쓰는 비용은 기존 은행보다 10∼20% 적은 것으로 분석했다.
하지만 인터넷은행이 늘어나 경쟁이 격화하면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의 이런 강점이 희석될 가능성이 있다.
시중은행은 기존 고객을 지키기 위해 모바일 서비스를 확대하거나 더 좋은 금리 상품을 내놓는 등의 시도를 하고 있어 금융 소비자가 체감하는 시중은행과 인터넷 전문은행간 격차가 점차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권에서는 인터넷 전문은행 역시 금융회사이므로 리스크 관리를 얼마나 잘하는지가 성패를 좌우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당장 저금리 대출이나 통상보다 높은 이자를 주는 예·적금을 내놓으면 잘 팔리는 것은 당연한 결과이며 경제 환경의 변화로 채권부실 등이 발생했을 때 이에 잘 대처하는 것이 은행으로서 진짜 중요한 일이라는 의미다.
한 시중 은행장은 카카오뱅크 돌풍에 대해 "그간 은행들이 비슷비슷하게 영업을 했는데 다른 방식을 시도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인터넷은행이 비대면 심사로 저금리 대출 영업을 앞세운 것에 대해서는 "중기적으로는 신용 사이클을 한번 겪을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주 고객인 중신용자의 연체율을 잘 관리하는 것이 과제가 될 전망이다.
실제로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가 10일과 11일 잇따라 이사회를 열어 증자를 결정한 것은 신용대출이 급증하면서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 비율이 하락하는 등 안정성 우려가 커진 것과 무관하지 않다.
앞서 인터넷 전문은행을 도입한 외국 사례를 보면 수익을 내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렸다.
재팬넷은행, 세븐은행, 소니은행, 라쿠텐(樂天)은행, 스미신(住信)SBI넷은행 등 일본의 인터넷 전문은행은 설립 후 순이익을 내기까지 각각 6년 7개월, 3년, 4년 10개월, 8년 9개월, 2년 7개월이 걸렸다. 평균 5년 남짓이 소요된 것이다.
독일의 인터넷 전문은행 피도르은행은 설립 후 5년 만에 적자를 벗어났다.
외국 사례를 한국에 그대로 적용하기에는 무리라는 견해도 있다.
이들 은행은 시기적으로 훨씬 일찍 출범해 당시에는 모바일 거래가 지금처럼 보편화하지 않았으며 소비자가 빠르게 모바일 기술에 적응하는 한국 시장 특성을 고려하면 한국의 인터넷 전문은행은 단시간에 수익을 낼 수도 있다는 것이다.
sewonle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