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이냐 노동이냐' 외항선 실습선원 처우 논란

입력 2017-08-13 11:54  

'교육이냐 노동이냐' 외항선 실습선원 처우 논란

해외실습 중 사망한 해양대생, 한 달에 30만원 받고 하루 12시간 근무

대학 실습항해 불합리한 관행·구조적 문제 개선 목소리도

(목포=연합뉴스) 정회성 기자 = "노트북 컴퓨터 1대 살 정도만 모아도 다행이죠. 아무리 실습생이라지만 6개월이나 배에서 일한 대가치고는 너무 적은 거 아닌가요"

일등항해사 경력을 지닌 국내 한 해양대학교 졸업생 A씨는 외항선을 타던 실습항해사 시절의 기억을 떠올리며 이렇게 말했다.


해외실습 도중 카타르에서 사망한 목포해양대 3학년 장모(23)씨의 죽음을 계기로 교육과 노동의 경계지대에 있는 예비 선원에 대한 처우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해양대 학생들은 '선원 훈련에 관한 국제협약'에 따라 졸업을 앞두고 1년간 실습 항해에 참여한다.

6개월은 국내에서 대학실습선을, 나머지 6개월은 외항선을 타고 현장 경험을 쌓는데 외항선을 타는 동안 학생들의 품삯은 '열정페이'로 치러진다.

숨진 장씨는 매달 품위유지비 명목으로 300달러(34만원)와 200달러(22만원) 안팎의 추가 근무 수당을 받았다.

가족에게 힘든 내색은 안 했지만, 장씨는 지인과 주고받은 카카오톡 메시지에서 하루 12시간 정도 일하고 있다며 고된 일상을 전하기도 했다.

해양대 졸업생 A씨는 "한 달에 30만원도 못 받는 실습항해사들이 수두룩하다"면서 "말도 안 되는 상황이 제가 학교에 다녔을 때나 지금이나 변화가 없다"고 지적했다.

한국해양대와 목포해양대 출신의 해운업계 독점에 따른 폐쇄적인 문화가 열악한 실습 환경을 고착했다는 문제 제기도 나왔다.

또 다른 해양대 졸업생 B씨는 "실습생이 30만원 정도 받으면 적당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여러 잡다한 업무와 사적인 심부름에 시달리며 하루 16시간 넘게 일하는 경우도 허다하다"고 밝혔다.

그는 "해양대 학생들은 졸업하면 해운사에서 병역특례를 이어가야 해서 동문 선배나 회사를 상대로 부당함을 지적하기가 쉽지 않다"며 "회사와 학생은 철저한 갑과 을의 관계"라고 강조했다.


불합리한 관행과 구조적인 문제와 함께 장씨 사망 원인을 안전관리 측면에서도 살펴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해양대를 졸업한 C씨는 "열사병으로 장씨와 함께 40대 베테랑 선원도 숨졌다는데 쉽게 이해가 안된다"며 "사망 현장이 화학물질 운반선이었다고 하니 유독가스 유출 등 사고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가족 또한 "날씨가 아무리 더워도 건강했던 청년이 오전 시간대 한 시간 정도 야외작업을 했다고 동료와 동시에 쓰러져 죽는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과로 여부를 확인할 근무일지와 현장 CCTV 영상을 요구했지만 아직 받아보지 못했다"고 호소했다.

장씨는 현지시각으로 지난 7일 오전 10시 40분께 카타르 메사이드 항구에 정박 중인 파나마 국적 액체 화학제품운반선 G호(1만9천998t급)에서 쓰러진 채 발견됐다.

미얀마 출신 선원 1명(45)도 장씨 옆에서 의식을 잃고 쓰러져 있었는데 이들은 오전 11시 25분께 현지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모두 숨졌다.

이들을 고용한 부산의 한 선박·선원 관리 업체는 장씨 등이 사망 당일 오전 9시 30분 무렵부터 배와 육지를 사다리로 연결하는 작업을 점검했고, 약 1시간 뒤 갑판 위 그늘진 곳에서 발견됐다고 설명했다.


장씨의 가족은 사망통보 5일 만인 지난 12일 카타르 현지에 도착해 경위 파악과 시신 인계 절차 등을 밟고 있다.

카타르 현지 병원은 장씨와 동료 선원의 사망 원인을 급성 호흡곤란으로 추정했다.

G호는 13일 현재 메사이드항을 떠나 싱가포르로 향하고 있다.

당국은 오는 14일께 장씨 시신이 국내로 들어오면 사인 규명에 나설 예정이다.

hs@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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