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정상 외교채널 가동에 "고비 때마다 대화 열려" 기대감
靑관계자 "구체적 움직임은 없어"…文대통령 금주 대북 메시지
(서울=연합뉴스) 노효동 박경준 기자 = "국면전환이 시작되는지 주목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12일 전화통화를 가진 뒤 한반도 정세에 대한 평가를 물은 데 대한 청와대 핵심관계자의 답변이다.
북한과 미국이 '괌 포위사격', '군사적 옵션 정리' 등의 말 폭탄을 주고받으며 일촉즉발의 대치국면을 조성하고 있지만, 미·중이 정상 차원의 외교채널을 가동하면서 큰 틀의 기류가 조심스럽게 바뀔 것이라는 기대감이 읽힌다.
이는 한국과 국제사회가 오랫동안 북한을 상대하면서 터득한 나름의 '경험칙'에 근거하고 있다. 북핵 1차위기로 한반도 전쟁 가능성이 고조되던 1994년 이후 미국과 북한이 '벼랑끝 대치'를 이어가다 극적으로 대화와 협상의 물꼬를 텄던 전례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미국이 대북 선제타격까지 검토하던 1994년 북핵 1차위기 때에는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의 평양방문이 대화의 모멘텀을 만들어냈고, 이는 같은 해 10월 제네바 합의로 이어졌다.
2002년 북한의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 인정으로 북핵 2차위기가 불거졌을 때는 북핵 6자회담이 열리며 9·19 공동성명과 2·13 합의를 도출해냈다. 2009년 5월 북한이 2차 핵실험을 강행한 이후에는 북·미가 고위급 채널을 가동해 2012년 2·29 합의를 끌어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13일 연합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벼랑 끝에 왔다면 떨어지지 않기 위해 (북·미가) 대화를 해야 할 것"이라며 "과거에도 세 번의 극단적 위기가 있었지만, 대화와 협상의 결과물이 나왔다"고 말했다.
이런 맥락에서 한반도 주변질서에 가장 큰 영향력을 끼치는 미·중 양국이 정상 외교채널을 전격 가동한 것은 현재의 대치국면을 전환하는 모멘텀으로 작용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게 청와대 관계자들의 얘기다.
때마침 북·미가 말 폭탄 공방의 이면에서 '뉴욕채널'을 가동하는 것으로 알려진 점도 이런 기대감을 높여주고 있다. AP통신은 조셉 윤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와 박성일 주(駐) 유엔 북한대표부 차석대사의 접촉이 수개월째 이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물론 청와대 관계자들은 급격한 상황변화 가능성을 예단하기 힘들다며 경계감을 쉽게 풀지는 않고 있다. 미·중 정상간의 전화통화가 북한의 추가 도발을 단기적으로 억제하는 효과가 있을지는 몰라도 대화국면을 앞둔 예비수순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많기 때문이다.
특히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도발이 사실상 '게임 체인저'로 작용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 과거와 같은 패턴으로 대화국면으로 되돌아가기를 기대하기 쉽지 않다는 시각도 나온다.
한 외교소식통은 "현재로써는 대화의 징후를 읽을 수 있는 구체화된 움직임이 없다"고 말했다.
'뉴욕채널'도 현시점에서는 외교적 의미보다 일종의 연락수단으로서의 성격이 강하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협상의 기초가 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다만 미·중 정상간 전화통화를 비롯한 일련의 움직임은 적어도 상황이 추가적으로 악화하지 않도록 '관리'하는 측면에서는 의미를 갖는다는 분석이다.
특히 전통적으로 미·중이 협력적 관계로 나올 때 한국의 외교적 운신 폭이 커진다는 점에서 상황을 주시하면서 능동적 대응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청와대의 또 다른 관계자는 "북한의 추가도발 가능성과 미국과 중국을 비롯한 주변국들의 대응방향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보면서 상황의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오는 15일 8·15 경축식 경축사와 17일 취임 100일 기념 기자회견에서 직접적인 대북 메시지를 내놓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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