궈커 감독, 5년전 단편 '32' 이어 제작
(선양=연합뉴스) 홍창진 특파원 = '세계 위안부의 날'인 14일 중국에서 자국 출신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삶을 다룬 장편 다큐멘터리 '22'(二十二)가 개봉됐다.
세계 위안부의 날은 1991년 8월 14일 한국의 김학순 할머니(1924~1997)가 각국의 위안부 생존자 중 최초로 기자 회견을 열어 일제의 만행을 고발한 것을 기념해 지정됐다.
제목 '22'는 영화를 제작할 당시까지 생존이 확인된 중국 출신의 위안부 할머니 숫자다.
이 영화의 궈커(郭柯) 감독은 위안부 출신 웨이사오란(韋紹蘭) 할머니와 그녀의 일본인 아들 뤄산쉐(盧善學)와의 인터뷰를 계기로 위안부 다큐 제작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중국 관찰자망 등이 전했다.
웨이 할머니는 20살이던 1944년 일제에 의해 강제로 위안부로 끌려간 뒤 석달 만에 위안소에서 탈출하는데 성공했으나 일본군의 아이를 임신한 사실을 알게 됐다. 이 아이가 뤄산제 씨이다.
궈 감독은 "웨이 할머니를 처음 만났을 때 할머니의 인생관에 놀랄 수 밖에 없었다"며 할머니는 고통스러운 과거에 짓눌리지 않고 낙관적이었고 항상 아름다운 시선으로 세계를 바라보았다고 말했다.
웨이 할머니가 자신의 과거 경험 때문에 불행할 것이라는 그의 선입견은 첫 만남에서 깨졌다고 관찰자망 등은 전했다.
궈 감독은 2012년 웨이 할머니의 가슴 아픈 사연을 중심으로 단편 다큐멘터리 '32'를 만들었다. 당시의 제목 32 역시 당시 생존해 있던 위안부 할머니 숫자였다.
일제 성노예로 끌려간 중국인 위안부는 2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나 상당수가 신분을 밝히지 않아 정확한 생존자 수는 파악되지 않고 있다.
2014년 위안부 생존자가 22명으로 줄어든 사실을 알게 된 궈 감독은 이들의 사연을 필름으로 기록할 때라고 생각했다.
이후 1년에 걸쳐 궈 감독과 스태프는 중국 내 5개 성(省)을 돌면서 할머니들과 인터뷰했다.
그 사이 세상을 떠난 할머니들이 늘어나면서 이제 생존자는 8명으로 줄었다.
위안부 다큐멘터리를 만들면서 지지자들도 많았지만 반대의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반대측은 할머니들과 인터뷰해 과거 고통의 상처를 다시 드러내는 것은 불필요하며 잔인한 일이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궈 감독은 위안부 출신 할머니들의 진정한 모습을 보여주는데 주목했다며 이들의 비판을 일축했다.
그는 "다큐멘터리는 할머니들의 고통스러운 순간을 파헤치는데 그치지 않고 이 분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에 주목했다"며 "할머니들 개인을 보여주는 것이 다큐 제작의 근본 동기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그는 "젊은 세대가 위안부에 관해 이야기할 때 분노에 빠지는 경향이 있지만 우리가 만난 할머니들은 인생에 대해 낙관적이었다"면서 위안부들이 겪은 역경에 대해서는 곧잘 거론하지만 정작 할머니 본인들에 대해선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 분위기가 있다며 아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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