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위안부의 날' 맞아 광주 5곳서 소녀상 제막
(광주=연합뉴스) 장아름 박철홍 정회성 기자 = 슬픈 눈으로 주한 일본대사관을 응시하는 소녀상, 소녀상은 고향에 돌아와서도 모진 시련을 겪은 것을 상징해 맨발의 두 발을 땅에 모두 딛지도 못하고 있다.
2011년 12월 14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수요집회가 1천 회를 맞는 날 서울 종로구 주한일본대사관 앞에 세워진 우리나라 최초의 소녀상 모습이다.
그로부터 6년 후 세계 위안부의 날이자 광복절 하루 전날인 14일 광주 5곳에서 한날 동시에 소녀상 5개가 세워졌다.
소녀상들은 각기 다른 형상과 의미로 태어나 역사를 증언하고, 희망을 말하고 있다.
이날 광주 금남공원에서 제막한 광주 동구 소녀상은 나상옥 작가의 재능기부로 제작됐다.
동구 소녀상은 봇짐을 품에 안고 고향을 바라보며 깊은 생각에 잠겨있다.
피해자의 아픔을 공유하고 민주·인권·평화의 이미지를 소녀상에 담았다.
서구 소녀상의 이름은 '진실을 기록하는 평화의 소녀상'이다.
고근호 작가가 제작한 서구 소녀상은 의자에 앉은 소녀의 손에 펜과 종이가 쥐어져 있다.
손등과 어깨 위에 내려앉은 나비는 진실을 증언하는 소녀의 용기를 따르는 군중을 상징한다.
널찍한 의자는 역사를 기억하고 평화로운 세상을 염원하는 이들이 앉을 수 있게 비워놓았다.
남구 소녀상은 이옥선(92)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의 열여섯 살 시절의 모습과 현재 모습을 나란히 배치했다.
소녀와 할머니가 한 장소에 있으면서 과거와 현재가 결코 분리될 수 없다는 의미를 담았다.
어깨 위에 얹은 손은 아픔을 공감하고 기억을 치유하는 내면의 손길이며, 굳게 다문 입술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역사 현실을 상징한다
소녀상을 제작한 이이남 작가는 "소녀의 손등 위에 내려앉은 나비는 자유롭게 날아오르는 희망을 상징하고 소녀상 아래로 새어 나오는 빛은 소녀상 건립에 힘을 모은 이들의 마음을 표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북구 소녀상은 당찬 모습이 특징이다.
최재덕 작가가 만든 소녀상은 일어서서 손을 뻗어 앞으로 나가는 강인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손끝에 놓인 새는 희망을 상징한다.
뒤로 뻗은 손은 나란히 선 시민들이 잡고 함께 같은 곳으로 나아갈 수 있게 제작됐다.
광산구 광산문예회관에 세워진 소녀상은 동구 소녀상을 제작한 나상옥 작가의 다른 작품이다.
광산구 소녀상은 왼손을 하늘 방향으로 들어 올려 미래로 향해 나아가는 의지를 표현했다.
오른손은 치마를 올려 잡아 피해자 할머니들의 한을 담았다.
이날 광주에서 한날 동시에 제막된 5개 소녀상은 모두 한복을 차려입었다.
민간단체가 추진위원회를 결성하고 모금활동을 통해 시민과 함께 건립비용을 마련하고 보탠 점도 공통점이다.
광주 동구 소녀상 옆에 나란히 헌정시를 지어 새긴 허형만 목포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명예교수는 "일제 강점기의 잔혹성만 기억하려는 것보다는 평화의 소녀상과 함께 위로·위안·사랑을 함께 나눌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pch8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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