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 주자들 TV토론…千·鄭·李, 일제히 '安책임론' 맹공
(서울=연합뉴스) 김남권 김동호 설승은 기자 = 국민의당 당권 주자들이 14일 처음으로 TV토론에서 격돌하며 진검승부를 펼쳤다.
'8·27 전당대회'에 출사표를 던진 안철수 전 대표, 이언주 의원, 정동영 의원, 천정배 전 대표(기호순) 등 4명은 JTBC 뉴스현장의 '1차 경선 토론'에서 날 선 공방을 벌였다.
이 의원과 정 의원, 천 전 대표는 일제히 대선 패배와 제보조작 사태 책임론을 추궁하며 안 전 대표와 설전을 주고받았다.
◇ '안철수 책임론' 공방 = 안 전 대표는 본격적인 토론에 앞선 인사말에서 "얼마나 절박했으면 다시 나섰을까 한 번 더 생각해달라"며 출마의 변을 밝혔다.
그러나 천 전 대표는 자유토론 시작부터 안 전 대표를 겨냥해 "대선 패배의 장본인일 뿐만 아니라, 책임을 지고 중도하차한 당 대표보다 책임이 훨씬 크다"며 "출마는 명분 없는 잘못된 결정"이라고 포문을 열었다.
천 전 대표는 "지방선거 때 백의종군을 하든, 상임선대위원장을 하든, 제가 대표가 되면 기회를 드리겠다"며 "이게 당도, 안 후보도 사는 길"이라고 말했다.
정 의원도 "창당 18개월째인데 비대위를 열두 달째 하고 있다. 안 후보가 책임져야 한다"며 "내가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에 갇혀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제보조작 사태로 구속기소된 이준서 전 최고위원을 거론하며 "안 후보의 인재영입 1호인 이 최고위원의 경우 실패한 영입이었다"고 비판했다.
애초 안 전 대표를 지원할 것으로 알려졌던 친안(친안철수)계의 이 의원조차 "출마의 진정성을 믿는다"면서도 "왜 혼자만 위기에서 당을 구출할 수 있다고 생각하나"라고 지적했다.
공격이 집중되자 안 전 대표는 "소모적인 질문에 답하느라 시간을 다 썼다"며 "저에게 질문이 몰리는 것 같다"고 받아쳤다.
안 전 대표는 "가장 큰 책임은 제게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보통 상황이면 나서지 않지만, 지금은 당이 소멸 위기다. 엄중한 상황에 뒤로 나와 있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에 뛰어들었다"며 자신의 진정성을 믿어줄 것을 당부했다.
한편 단일화 관련한 사회자의 물음에는 주자들 모두 부정적으로 답했다.
이 의원은 "당이 위기인데, 중간에 사퇴하거나 단일화한 여유로운 시기가 아니다"라고 말했고, 천 전 대표도 "그런 일은 결코 일어나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정 의원 역시 "치열하게 경쟁해야 한다"고 답했으며, 안 전 대표는 "누가 대표가 돼야 할지 당의 주인인 당원들이 판단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 중도 vs 개혁 노선경쟁 = 주도권 토론에서는 후보자 간 노선경쟁이 치열하게 펼쳐졌다.
특히 중도 성향인 안 전 대표와 이 의원의 '친안계' 진영, 개혁파 성향의 천 전 대표와 정 의원의 '비안계' 진영 사이 전선이 형성되는 모습을 보였다.
천 전 대표는 "대선 때 후보가 추구하는 목표와 가치가 뭔지 분명하지 않았다"면서 "햇볕정책이 대표적이다. 공과가 있다는 어정쩡한 자세로 진보와 보수의 호응을 모두 얻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안 전 대표는 "과(過)에 대해 설명을 드리고 싶다. 비핵화를 이루지 못한 아쉬움을 표현한 것"이라면서 "(햇볕정책의) 업그레이드가 필요하다는 취지도 있다"고 답했다.
정 의원이 "(북한에) 퍼주기 했다는 한국당 홍준표 대표의 의견에 동의하는가"라고 캐묻자 안 전 대표는 "동의하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천 전 대표는 "국민의당에는 온건한 진보와 합리적 보수, 호남과 비호남이 공존한다. 유감스럽게 당내에 중도보수로 가자든가, 탈호남하자는 분들이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자 안 전 대표는 "네 후보 중 탈호남 생각을 가진 분은 없다"며 "오히려 천 후보가 열린우리당 창당 시절 '호남에서 표 떨어져야 영남에서 얻는다'고 주장했다"고 되받았다.
이에 천 전 대표는 "제가 한 얘기가 아니다"라면서도 "(당시) 야권을 분열시키고 포용력을 못 가진 점에 대해 이미 국민께 간곡히 사과드렸다"고 해명했다.
안 전 대표의 '극중주의' 노선도 도마 위에 올랐다.
이 의원은 "어떤 얘기인지 애매모호하다. 실천 방안에 대해 지지자나 국민이 제대로 모른다"고 했고, 정 의원도 "극중주의가 '김대중 노선'이라고 느닷없이 말했다"고 꼬집었다.
이에 안 전 대표는 "극중주의는 중도개혁 노선을 뜻한다"며 "김대중 전 대통령이 새정치국민회의를 창당할 때 '합리적 중도개혁 노선'을 강령에 명기했다"고 설명했다.
이 의원은 정 의원을 향해 "민생주의, 현장 하방, 이런 얘기들을 하는데 민주당에서 들었던 얘기와 똑같다. 우리가 민주당과 어떻게 다른가"라고 물었고, 안 전 대표도 "우리가 앞장서 개혁과제를 주도하면 민주당과 차이가 없어진다. 문재인 정부의 국정철학에 동의하냐"며 가세했다.
정 의원은 "민주당과 차별화가 목표가 아니다. 필요한 정당으로 인정받는 게 중요하다"고 반박했다.
◇ 저마다 '당대표 적임자' 자임 = 안 전 대표는 토론 마무리 발언에서 "비틀즈의 '블랙버드' 노래 가사에는 '부러진 날개로 나는 법을 배운다'는 구절이 있다. 부러진 날개를 돋게 하고, 다시 창공을 날아 국민을 위한 정치를 펼치겠다"고 말했다.
정 의원은 "유능한 리더십은 소통의 리더십이다. 당을 투명하고 개방적으로 만들겠다"면서 "경륜과 경험, 역량도 필요하다. 정동영이 무너진 당원의 자부심을 되살리고, 지지율을 확실히 끌어올리겠다"고 역설했다.
천 전 대표는 국회도서관 강당에서 열린 합동정견발표에서 "지난 재작년 광주 보궐선거에서 정치 생명을 걸고 무소속으로 출마해서 문재인호 민주당을 깼고 다당제의 길, 패권 청산의 길을 열었다고 자부한다"고 말했다.
그는 "내년 지방선거의 경쟁 상대는 문재인 대통령이다. 당당히 맞서 승리를 끌어내겠다"고 강조했다.
이 의원은 "제 별명이 '사이다 이언주'다. 저 때문에 전대 흥행에 성공했다"는 말로 분위기를 띄운 뒤 구형 휴대전화를 꺼내 들고는 "굉장히 좋은 전화기였지만, 이제 구닥다리가 됐다. 스마트폰으로 바꿔야 하지 않겠나. 네임밸류에 흔들리지 말아달라"고 말했다.
주자들은 이날 일제히 국민의당 색깔인 녹색을 포함한 옷차림을 해 눈길을 끌었다.
안 전 대표와 정 의원은 녹색 넥타이를 맸고, 이 의원은 녹색 재킷을 입었다. 천 전 대표만 유일하게 하늘색 넥타이로 포인트를 줬다.
안 전 대표와 천 전 대표는 이날도 앞머리를 힘줘 세운 헤어스타일을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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