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공무원·사업가 출신 시니어 영상 배워 봉사활동
공모전 수상 실력도 인정…문화유산 기록 활동 확대
(광주=연합뉴스) 형민우 기자 = "나이가 많아 못하는 것이 아니라 기회가 없어서 못 하는 것뿐입니다."
광주시청자미디어센터가 운영하는 시니어미디어봉사단의 열성 단원인 박종익(66)씨는 하루하루가 즐겁다.
20여 년을 전기 관련 사업을 하던 박씨는 은퇴를 앞두고 적성에 맞는 일을 찾았다.
'뭔가 할만한 게 없을까' 찾던 그의 눈에 들어온 게 미디어 작업이었다.
미디어라는 분야가 낯설어 망설여졌지만, 용기를 내 2012년 광주시청자미디어센터에 갔다.
입문 당시 컴퓨터로 바둑 정도만 둘 정도로 컴퓨터 문외한이었지만, 직접 찍은 영상을 컴퓨터로 자르고 붙이면서 색다른 재미를 느꼈다.
'내친김에 제대로 한번 해보자'고 결심한 그는 시니어로 구성된 미디어봉사단에 참여했고, 이후 본격적인 영상 공부에 나섰다.
노년의 열정은 금세 결실을 보았다.
2013년 연로한 어머니를 모시고 세상 구경에 나선 모습을 담은 다큐멘터리 '어머니! 오야'라는 작품으로 서울 노인영화제에서 우수상을 받았다.
2014년부터는 해마다 시청자미디어센터 공모전에 참여했는데 응모하는 공모전마다 상을 받았다.
최근 미디어 교육 지도사 자격증까지 딴 그는 "나이가 들어 젊은 사람보다 조금 느리긴 하지만, 봉사단원 모두 잘 따라 한다"라며 "나이가 많아 못하는 것이 아니라 배울 기회가 없어 못 한 것"이라고 말했다.
박 씨처럼 미디어 봉사단에서 활동하는 시니어들은 60여 명이다. 50대 초반부터 80세까지 연령도 다양하다. 전직 영어교사부터 고위 공무원, 교수, 사업가 등 경력도 가지가지다.
사진이나 영상 제작 분야를 전공하거나 컴퓨터 관련 일을 해본 적도 없지만, 열정은 젊은이들 못지않다.
오랜 세월 자신만의 분야에서 열심히 사회생활을 하다 영상이라는 새로운 분야에 도전한 만큼 의욕도 남다르다.
미디어봉사단은 2008년 9월 결성됐다. 이후 다문화가정과 장애인, 노인 등 소외계층을 대상으로 봉사활동을 펼쳤다.
최근에는 어르신을 대상으로 영상 자서전을 제작해 호평을 받는 등 노인 세대의 새로운 사회 공헌활동 모델로 평가받았다.
2013년부터 봉사단원들이 만든 작품 40여 편이 공중파 방송에 방영되는가 하면 각종 공모전에서 수상하는 등 실력도 인정받았다.
소외계층에 대한 봉사활동과 함께 지역의 문화유산을 기록하는 등 관심 영역도 확대하고 있다.
공직에서 40여 년간 일하고 퇴직한 김병원(72)씨는 광주·전남지역에 흩어진 문화유산을 영상에 담고 있다.
최근에는 장성 필암서원을 주제로 15분짜리 다큐멘터리를 제작해 시사회를 눈앞에 두고 있다.
남도를 돌며 찍은 문화유산 영상은 CD로 만들어 해당 시·군에 전달, '보존'을 부탁하기도 했다.
김씨는 "한 달에 두어 번 무등산 국립공원에서 희귀 식물을 영상으로 담는 등 환경 모니터링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며 "무등산을 비롯해 광주전남에 흩어진 아름다운 문화유산을 영상으로 기록해 후손들에게 남기고 싶다"고 말했다.
고광연 광주시청자미디어센터장 직무대행은 "센터에서는 장비와 시설, 공간을 노인들에게 제공해서 활동을 독려하고 있다"며 "봉사활동에 따른 성취감이 커서 참여하신 분들의 만족도가 매우 높다"고 전했다.
minu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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