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반응 살피며 단계적 압박 전망…명분 쌓기용 분석도
(서울=연합뉴스) 장용훈 기자 = '괌 포위사격' 위협으로 한반도 위기를 급고조시킨 북한이 미국의 행태를 지켜보겠다며 '일단 멈춤' 태도를 보여 국면전환이 이뤄질지 주목된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은 14일 전략군사령부에서 '괌 포위사격 방안'에 대한 보고를 받은 뒤 "미국놈들의 행태를 좀 더 지켜볼 것"이라면서 미국에 대해 "먼저 올바른 선택을 하고 행동을 보여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언급은 북한이 위협해 온 괌 포위사격이 당장 실행되지는 않을 것임을 시사한다는 분석이다.
그동안 북한은 지난달 4일과 28일 각각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4형'을 시험 발사했고, 이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6일 새벽(한국시간) 더 강화된 대북제재를 담은 대북결의 2371호를 채택하자 이튿날 '천백 배 결산'을 위협한 정부성명을 발표하며 위기를 끌어올렸다.
이어 8일에는 총참모부 대변인 성명으로 미국의 예방전쟁에 전면전으로 맞서겠다고 했고, 같은 날 전략군사령부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 '화성-12'로 괌 주변에 대한 포위사격방안을 검토중이라고 위협했다.
급기야 9일에는 전략군사령관 김락겸이 4발의 '화성-12'를 괌 주변 30∼40㎞ 해상에 떨어뜨리겠다는 구체적인 타격 방안과 함께 8월 중순까지 김정은에 이를 보고하고 발사태세에 돌입하겠다는 일정까지 공개하며 긴장 지수를 더욱 높였다.
이런 북한의 잇단 위협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금껏 전세계가 보지 못한 화염과 분노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북한에 강하게 경고하는 등 미국이 군사적 대응 가능성까지 언급하고 나서며 한반도 긴장은 최고조로 치달아 왔다.
일단 김정은의 이번 언급으로 한숨을 돌릴 시간은 마련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정부 당국자는 15일 "북한은 괌 포위사격을 언급해 위기를 극대화하면서도 향후 일정을 공개함으로써 단계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속내를 보여준 것"이라며 "실제 발사가 이뤄지기 전까지의 시간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북한이 이처럼 단계적 대응 태도를 보이는 것과 관련, 미국 등 주변국과의 흥정을 우선 염두에 두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에 일단 다시 공을 넘기고 압박을 가중하면서 향후 대응을 지켜보겠다는 의도를 드러낸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북한의 괌 포위사격계획 검토 발표 이후 미국 내부에서뿐 아니라 국제사회에서 미국이 외교적으로 북한과 대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김연철 인제대 교수는 "북한은 위협을 최고로 끌어올렸지만 결국 이 위협을 취소할 명분을 달라는 것"이라며 "미국에 행동을 통해 보여달라고 요구하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단기적으로는 오는 21일부터 을지프리덤가디언(UFG) 한미합동군사연습이 시작되는 만큼 미국에 대해 전략폭격기 B-1B나 핵 항공모함 등 전략자산의 전개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는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그러나 이미 북한이 자신들이 마련한 시간표에 따라 움직이는 것일 뿐이며 이날 나온 김정은 언급도 명분 쌓기용이라는 관측도 있다.
김정은은 "미국놈들이 우리의 자제력을 시험하며 조선반도 주변에서 위험천만한 망동을 계속 부려대면 이미 천명한 대로 중대한 결단을 내릴 것"이라고 위협하며 "망신을 당하지 않으려면 이성적으로 사고하고 정확히 판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북한이 당분간 도발을 보류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명분을 쌓은 뒤 한미 UFG 등을 이유로 자신들의 일정대로 도발을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 경우 북한은 대외적으로 미국에 시간을 주고 결단할 기회를 줬지만 이를 지키지 않은 만큼 미사일을 발사한다면서 이는 전적으로 미국 때문이라고 책임을 떼밀 수 있다는 것이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은 미국 측이 변화된 태도를 보이지 않고 현재 상황을 방치한다면 미사일을 발사할 것"이라며 "북한은 미사일 발사에 한 발씩 다가서며 압박과 공포감을 극대화하는 효과를 노리고 있다"고 말했다.
jy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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