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교는 잃어버린 한 세기 매듭하고 양국관계 새롭게 출발 의미"
(서울=연합뉴스) 이상현 기자 = "한중 관계는 수교 이후 지난 25년간 외교적 측면에서 경제적 측면으로 확대됐죠. 하지만 전략적·군사적 측면으로까지 충분히 발전했는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에요. 결국 그러한 한계 속에서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갈등이 불거지고 지금 해법을 찾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 아닌가 합니다."
1992년 한중수교의 주역인 권병현 전 주중대사는 최근 자신이 대표로 있는 서울 종로구의 사단법인 '미래숲' 사무실에서 가진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그동안 한중간 전략적·군사적 교류와 소통에 노력을 기울였다면 사드 문제가 없었고, 만약 문제가 불거졌어도 잘 풀어나갈 수 있었을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권 전 대사는 1992년 한중수교 당시 이상옥 외무장관의 밀명을 받아 당시 김석우 아주국장, 신정승 동북아2과장 등과 함께 '동해 사업'으로 명명된 한중 수교교섭을 극비리에 진행한 양국 국교정상화의 막후 주역 중 한 명이다.
당시 그는 한중수교 예비회담 수석대표로서 카운터파트인 장팅옌(張庭延) 전 주한 대사와 비밀리에 중국 베이징에서 회담을 열었다.
그는 "한중수교는 중국으로서는 덩샤오핑(鄧小平)이라는 지도자의 결단에 의해 이뤄졌다. 당시 중국 군부와의 완전한 합의와 교감 속에 이뤄지지 않았던 것이 아쉬운 점"이라며 "지금 현실(사드 갈등)과도 연계되는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권 전 대사는 그러면서 "한중수교 회담에서 가장 역점을 뒀던 것의 하나가 북한과 혈맹을 깨라는 것이었고, 저희의 요구 사항의 하나였다"면서 "그 부분에 대해 중국의 긍정적인 답을 얻고 수교를 했지만, 그것은 외교적 대답이었지 군사적 행동으로 뒷받침된 것은 아니었다"고 돌아봤다.
우여곡절 끝에 이뤄진 한중수교로부터 어느덧 사반세기의 세월이 흘렀다. 그가 돌아보는 한중수교의 역사적 의미는 무엇일까.
권 전 대사는 "동양 문화의 중심에 중국이 있었고 한국은 가장 가까운 파트너였는데 서양 문명에 압도당하면서 양국은 잃어버린 한 세기를 겪었다"며 "이 한 세기를 매듭짓고 양국이 협력해 새롭게 출발하는 시작점이라는 의미가 수교에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실제 결과도 그렇지 않은가"라며 "수교 이후 25년간 누구도 상상도 하지 못했던 순기능적 변화가 있었다. 경제 교류뿐 아니라 인적, 정치적 교류 등 너무 많은 것들이 변했다"고 강조했다.
권 전 대사는 현재 미래숲 대표로 한 해에도 수차례 중국을 방문, 중국 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 등과 함께 중국 서부 지역에 나무를 심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는 조만간 수교 25주년 기념으로 수교일(24일)을 전후해서 '한중 녹색봉사단'이 사업 지역을 탐방할 예정이라고 소개했다.
"한중수교 25주년 기념식을 양국 정부가 별도로 한다더군요. 하지만 이런 환경협력은 지금도 양국이 함께하고 있잖아요. 돌파구는 거창한 데 있는 것이 아니에요. 거대한 벽을 무너뜨리는 것은 결국 조그마한 구멍입니다."
지난 5월 문재인 정부 출범 다음날(11일) 녹색봉사단 사업을 위해 우리 청년 100명과 함께 중국에 있었다던 그는, 당시 수교에 핵심적인 역할을 했던 '한중수교팀'과의 만찬에 얽힌 사연도 소개했다.
이 팀에는 권 전 대사, 신정승 전 대사와 함께 중국 측에는 수교의 전면에 나선 쉬둔신(徐敦信) 전 외교부 부부장과 장루이제(張瑞杰) 전 대사, 장팅옌 전 대사가 속해 있다.
권 전 대사는 "문재인 정부 출범 다음날(11일) 중국 외교부가 주최한 만찬이 있었는데 중국 측 관계자들이 준비한 메시지는 '초심으로 돌아가자'였다"며 "그것이 중국의 본심일 것으로 본다. 실제 이후 우리 정부 인사들과의 만남에서 중국 측이 같은 취지의 메시지를 내놓기도 했다"고 돌아봤다.
그는 "한중 양국이 운명 공동체, 환경 공동체라는 것을 양국 정부나 국민 모두가 느끼도록 만드는 것이 한중관계를 회복시키는데 있어 핵심적인 부분이라고 본다"고 강조했다.
"한국과 중국이 앞으로 협력할 분야는 얼마든지 있어요. 무엇하러 어두운 그림자 아래에서 무거운 이슈를 뒤집니까. 소극적 해법을 찾을 것이 아니라 미래지향적 어젠다를 발굴해 협력해야 합니다."
hapyr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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